이용 크로스
축구대표팀 이용이 2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우즈베키스탄(우즈벡)전 대승의 시발점은 1986년생 ‘맏형’ 이용(전북)이었다. K리그를 접수한 ‘택배 크로스’를 우즈벡전에서도 뽐내면서 선제 결승골을 끌어냈다.

이용은 20일 호주 브리즈번 QSAC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벡과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전반 9분 남태희의 왼발 발리 선제골을 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측면 빌드업의 핵심 구실을 하는 이용은 초반부터 높은 지점에서 공을 잡으며 우즈벡을 두드렸다. 킥오프 10분도 되지 않아 이용의 오른발이 빛났다. 중원에서 황인범이 공을 잡았을 때 전진한 우즈벡 수비 뒷공간으로 재빠르게 침투했다.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깊숙한 곳으로 찔러준 공을 따라간 그는 오른발로 예리하게 차올렸다. 공은 활처럼 휘어 들어가 골문 왼쪽으로 달려든 남태희에게 전달됐고 남태희는 그대로 왼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용의 전매특허와 같은 크로스다. 올 시즌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하며 6번째 별을 단 전북의 주 공격루트엔 이용이 있었다. 우즈벡전처럼 수비에서 균형을 잡으면서도 공격 가담 타이밍을 잘 잡는 게 이용의 장점이다. 전북은 이용이 전진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면 김신욱 등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활용하거나 세컨드 볼을 낚아채 골로 연결하는 장면이 잦다. 이용이 수비수임에도 올 시즌 도움을 9개나 기록한 이유다. 이용은 도움 부분에서 10개를 기록한 세징야(대구), 아길라르(인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세징야와 아길라르 모두 공격수인 것을 고려할 때 이용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활약은 수비수임에도 시즌 라운드 베스트11에 13차례나 선정된 원동력이었다. 12개 팀 전체 선수 중 최다 수치다. K리그1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헤르니아로 지난해 8경기 출전에 그치며 시즌을 통째로 날리다시피 한 이용은 올 시즌 ‘인간승리’와 다름이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북에서 리그 30경기를 뛰며 우승 주역으로 뛴 것 뿐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 여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3경기 선발로 뛰며 독일전 2-0 승리의 일원이 됐다. 한국 나이로 서른세 살인 그는 ‘벤투호’의 첫 번째 관문인 내년 1월 아랍에리미트(UAE) 아시안컵 본선을 겨냥하고 있다. 이용은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엔 서른일곱 살이 된다. 활동량과 기동력이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카타르 월드컵 무대까지 선다는 보장이 없다. 스스로 아시안컵이 대표 선수로 뛰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뒤 잦은 부상 등으로 슬럼프를 겪은 그는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선 김창수, 차두리에게 밀려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용 외엔 대체자를 마땅히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표팀 최선참으로 벤투호에서도 확실히 가치를 증명한 그가 K리그에 이어 아시안컵 무대에서도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