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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카드를 보면 분명히 맞는 말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10일 한국전력에 레프트 최홍석을 내주고 세터 노재욱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노재욱은 실력이 이미 검증된 자원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에만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을 거쳐 우리카드까지 총 세 팀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12일 한국전력전에 잠시 교체로 들어간 노재욱은 17일 OK저축은행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당시 2세트에 들어가 우리카드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진 삼성화재전에서 역전패를 당하기는 했으나 1,2세트 노재욱이 보여준 모습은 완벽에 가까웠다. 노재욱은 26일 KB손해보험전에서도 셧아웃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카드 처지에선 노재욱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우리카드는 이미 유광우라는 수준급 세터를 보유하고 있다. 경험 많고 노련한 베테랑이라 가치가 있는 선수다. 노재욱은 다른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노재욱의 가장 큰 장점은 신장이다. 키가 191㎝로 유광우(184㎝)보다 7㎝나 크다. 키가 크기 때문에 유광우에 비해 블로킹에 큰 힘이 된다. 노재욱은 프로 데뷔 후 다섯 시즌 동안 블로킹으로 총 13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유광우가 10시즌간 168득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노재욱의 높이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노재욱은 트레이드 후 치른 최근 3경기에서 매 경기 블로킹으로 점수를 보탰다.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은 “재욱이가 들어와서 높이가 좋아졌다. 팀에 더 보탬이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키가 크기 때문에 토스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리시브가 길거나 높게 와도 볼 처리를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재욱이는 넘어가는 공을 잘 잡는 편이다. 편하게 리시브를 할 수 있다”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속공 상황에서도 토스가 더 위협적이다. 신 감독은 “속공 토스는 위에서 가야 상대가 블로킹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노재욱 가세 후 센터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노재욱은 좌우의 나경복이나 리버맨 아가메즈뿐 아니라 윤봉우, 김시훈 등 센터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리한 속공으로 상대 미들 블로커 라인을 흔드는 패턴이 전보다 자주 나온다. 김시훈은 최근 3경기서 경기당 평균 8.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앞선 7경기서 경기당 평균 3.7득점에 그쳤으나 노재욱이 주전으로 뛰면서 득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윤봉우도 6.6득점을 책임졌다. 노재욱 합류 전 3.2득점에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아가메즈 의존도는 낮아졌다. 최근 3경기 47%로 시즌평균 50%보다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득점 루트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봄 배구를 노리는 우리카드에게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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