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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즐겨라, 미친 듯이 달리고!(Viel Spaß, Weiter Vollgas!)”
2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만 19세 정우영의 양손을 잡은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토마스 뮐러는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꿈의 무대’에서 바이에른 뮌헨 1군 데뷔전을 치르는 한국의 어린 선수를 진심으로 격려했다. 벤피카와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후반 36분이었다.
지난 주말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전에서 벤치에 앉은 정우영은 팽팽한 승부로 인해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이 5-1로 크게 앞섰지만 헤나투 산체스, 산드로 바그너 등 ‘1군 붙박이’ 선수가 먼저 교체 투입됐다. 이번에도 정우영은 몸만 풀다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니코 코바치 감독이 마지막 카드로 선택한 건 정우영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코치께서 이름을 불렀을 때 진짜인가 싶었다. ‘헉, 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번에 달려갔다”고 웃었다. 터치 라인에 선 정우영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크게 가다듬었다. 이때 벤치로 다가온 뮐러가 기를 불어넣듯 그와 하이파이브했다. 그는 “뮐러가 ‘즐겨라, 미친듯이 달려라’고 격려해줬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 정우영의 이름이 쩌렁쩌렁 울렸다. 왼쪽 측면에서 다비드 알라바, 제롬 보아텡과 호흡을 맞췄다. 장기인 순간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흔들었다. 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상대 수비가 집중한 틈을 타 적극적으로 뒷공간을 침투했다. “미친 듯이 뛰어라”라는 선배의 조언처럼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도 끝까지 쫓으며 데뷔전다운 패기도 보였다. 추가시간 포함 12분여를 그렇게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1군 선수들 사이에서 정우영은 ‘기계처럼 뛴다’는 의미에서 ‘기계(Maschine)’로 불린다. 정우영은 “자신 있게 하고 싶었다. 골을 넣고 싶어서 더 공격 지역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솔직히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두 번 넘어진 것만 기억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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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조슈아 킴미히, 니클라스 쥘레가 정우영에게 다가갔다. 등을 어루지만지면서 데뷔전을 축하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그를 껴안았다. 레온 고레츠카와 하피냐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의 특급스타들이 그렇게 정우영의 1군 데뷔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서포터에게 인사하러 다가갈 때도 정우영이 수줍은 듯 다소 뒤에서 따라왔는데 뮐러가 먼저 다가가 발걸음을 함께 하기도 했다. 정우영은 1군 데뷔전과 더불어 승리 세리머니도 즐겼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관중석을 천천히 둘러본 그는 가장 늦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믹스트존에서 독일 기자들의 관심도 정우영에게 쏠렸다.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기 전에 독일 미디어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 장면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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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데뷔한 9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설기현을 시작으로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이천수, 박주영, 박주호, 손흥민 등 쟁쟁한 선배의 뒤를 이었다. 만 19세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유럽 최고 클럽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우영은 “항상 운동할 때, 경기에 나갈 때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모습을 보여드려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여기서 머물면 안 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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