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매직’의 한계는 어디일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준결승 2차전서 2-1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4-2로 앞서며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베트남은 무려 10년 만에 이 대회 결승에 올랐다. 박 감독은 부임 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을 결승에 올려놓으며 ‘매직’을 이어나갔다. 아직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성적이면 박 감독을 향한 찬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베트남 축구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베트남이 한 해에 이 정도로 많은 발자국을 남긴 적은 없다. 단순히 성과를 낸 게 전부는 아니다. 박 감독 부임후 베트남 축구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에 없던 성공을 이어가면서 베트남 축구 전체가 탄력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승부조작으로 점철된 과거 역사가 주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 축구는 아주 오랫동안 승부조작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2002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는데 당시 조사 결과 이들은 1998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해부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 프로리그뿐 아니라 아시안타이거컵 같은 국제 대회에서도 승부를 조작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승부조작 소식이 들려왔다. 2005년 동남아경기대회(SEA games)에서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국가대표 선수 2명이 구속됐다. 2006년엔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유럽 축구에 180만 달러의 거액을 불법베팅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도 사건이 있었다. 10여명의 선수들이 국제 클럽대항전인 AFC컵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적발됐다. 매번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베트남에겐 아픈 역사다.
|
이처럼 베트남 축구는 많은 팬들에게 좌절과 아픔을 남겼다. 베트남 언론 탄니엔뉴스의 쿽 비엣 기자는 “베트남 축구는 승부조작의 악령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언제 다시 범죄 소식이 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축구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희망, 꿈을 줬다. 베트남이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부심을 갖게 됐다. 쿽 비엣 기자는 “2018년 한 해 동안 황금세대 선수들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승부조작으로 인해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1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베트남의 황금세대들과 올린 성과는 우연이 아니다. 1년간 치른 세 번의 대회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으니 당연한 평가다. 베트남 국민들은 이 선수들이 앞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 승부조작 같은 어두운 면을 걱정하는 대신 국제 대회에서의 성공과 전진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쿽 비엣 기자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지켜보고 있다. 더 이상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쉽게 가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박 감독에게 감사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항서 매직이 더 특별한 이유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