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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신화’를 보기 위한 베트남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의 인터넷 예매는 이미 마감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암표를 통해서라도 경기장에 가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가격이 워낙 비싸 웬만한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한다.
베트남 언론 탄니엔뉴스의 쿽 비엣 기자는 13일 본지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결승 2차전 암표값이 최소 400달러(약 45만원)에서 500달러(약 56만원)까지 올라갔다. 결승 1차전서 2-2로 비겨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엄청난 가격이지만 그 표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베트남 공무원의 평균 월급은 500만동(약 25만원) 수준이다. 중산층 월급이 한화로 30~40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급을 다 줘도 결승 2차전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임금이 꽤 높은 편에 속하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대졸 사원 월급(1200만동, 약 58만원)은 돼야 암표를 살 수 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암표값은 300~400만원 선으로 볼 수 있다. 결승전을 향한 관심과 우승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챔피언이 눈 앞에 보인다. 1년 내내 호성적을 거둔 것도 이번 대회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부임 후 계속해서 역사를 쓰고 있다. 1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올랐다. 두 대회에서 모두 ‘최초’, ‘최고’ 타이틀을 달았다. 이로 인해 스즈키컵 우승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더 강해졌고, 박 감독은 무패로 결승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딱 한 관문 남았으니 암표값이 상상 이상으로 뛴 것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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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최근 U-23 대표팀의 2018년 성과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해 큰 관심을 받았다. 박 감독이 영웅 대우를 받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드롬’, ‘전설’, ‘신화’ 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그만큼 베트남은 현재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쿽 비엣 기자는 “오랫동안 축구를 취재했지만 베트남이 축구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없다.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이 열기가 언제 사라질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만 열기가 뜨거운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스즈키컵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SBS스포츠에서 생중계한 지난 11일 결승 1차전 시청률은 4.7%에 육박했다. 프리뷰를 제외한 킥오프 이후 종료까지의 시청률은 5.2%였다. 최고시청률은 7%까지 뛰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가 나왔다. 이로 인해 SBS 공중파에서 2차전을 생중계 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도 몰랐던 동남아시아 축구대회와 베트남 성적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는 증거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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