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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세밀하게 준비한 것은 따로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그는 13일 대전 KT대전인재개발원 제1연수관 대강당서 열린 2018 KFA(대한축구협회) 컨퍼런스에서 강사로 변신해 ‘2019 아시안컵 준비과정’이라는 주제로 1시간 넘게 강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 등 올해 국내·외 축구를 돌이켜보며 한국 축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대한축구협회 및 시도협회 임원진, K리그 1~2부 감독, P급 및 A~C급 지도자 80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부터 흥미로웠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적진에 뛰어들기 직전 자신의 전략을 공개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강연 직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도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우리의 준비 과정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서 기쁘다. 대한축구협회서 준비한 기회라 우리 전반적인 정보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했다. 앞으로 대회를 준비하며 세밀하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은 내달 열리는 UAE 아시안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호주는 애런 무이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할 것이 유력하고 일본이 젊은 해외파 위주로 대표팀 세대교체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시아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과 공격력이 좋은 한국이 정상을 다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우승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방심하지 않는다. 그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상대국인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중국의 전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에 대해 “우리가 가장 크게 범할 수 있는 실수다. 쉬운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것을 두고 “우승 후보 중 하나가 될 순 있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특별하게 부담되진 않고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특히 한국이 1960년 이후 이 대회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아시안컵서 정말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는 걸 잘 생각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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