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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베트남은 지금 ‘박항서 열풍’이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은 지난 1년간 기적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그리고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에 오르며 실패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업적을 이룩한 지도자는 없었다. 박 감독과 함께 베트남은 전에 없는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하노이에서 목격한 박 감독의 인기와 위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노이의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마치면 박 감독과 베트남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이 악수하는 국내의 한 은행 광고를 볼 수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다양한 분야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금융을 비롯해 전자, 식음료 등 국내외 기업의 얼굴이 됐다. 하노이 새내 곳곳에서 박 감독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베트남은 15일 하노이의 미딩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하루 앞서 열린 공식훈련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도 박 감독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앞 노점상이 박 감독 얼굴이 담긴 붉은 티셔츠를 판매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응유엔 쾅하이 등 선수뿐 아니라 박 감독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게 현지 상인의 증언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박 감독 티셔츠를 구매하려 했는데 재고가 넉넉하지 않아 맞는 사이즈를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베트남축구협회와 미딩국립경기장 주변은 결승전 티켓을 파는 암표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암표값은 이미 400~500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상점에 들어가면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박항서”를 외치는 상황은 이제 익숙하다. 이동 시에 자주 만나는 택시 기사들도 박항서 이름 석자면 바로 미소를 짓는다. 베트남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라디오에서 계속해서 박 감독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 얼마나 깊이 물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스즈키컵 우승 기대감도 크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이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 최강자 타이틀을 그동안 숙적인 태국 같은 팀들에게 넘겨줬다. 우승 가능성은 높다. 베트남은 1차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2-2로 비겼다. 적지에서 두 골이나 넣고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유리하다. 2차전서 1-1, 혹은 0-0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 트로피는 베트남 몫이 된다. 14일 열린 기자회견장은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베트남 기자들도 우승을 기대하며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박 감독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훈련은 15분만 미디어에 공개됐는데 이미 해가 진 시점에도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장 밖 계단에 앉아 기사를 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베트남이 우승을 얼마나 염원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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