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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매직’이 신화로 남게 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정상에 올랐다. 베트남은 15일 수도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에서 전반 6분 터진 공격수 응우옌 아인득의 선제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원정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이날 승리를 합쳐 1승1무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베트남 축구 사상 두 번째 우승이다.
베트남 축구 전성시대의 중심에 박 감독이 있다. 불과 1년 전 베트남에 온 박 감독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 감독이 아니라는 베트남 축구계의 냉소를 극복하고 영웅이 됐다. 지난 1월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과 8~9월 아시안게임 4강으로 상승세를 탄 그는 이번 스즈키컵 우승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갔다.
33살 베테랑 공격수 응우옌 아인득을 선발 라인업에 넣는 등 말레이시아 원정보다 공격적이면서 정예 멤버로 나선 베트남은 전반 초반 골을 집어넣어 상대를 뒤흔들었다. 전반 6분 왼쪽 측면 돌파 때 공격수 판 반 득의 짧은 패스를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드필더 응우옌 꽝하이가 받은 뒤 어려운 자세에서 넘어지며 반대편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베트남 리그 득점왕 응우옌 아인득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으로 차 넣어 선취골로 완성했다. 관중석이 쾅쾅 울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혈질의 박 감독은 아인득의 득점 장면 때 호쾌한 어퍼컷 세리머니 대신, 선수들을 불러 들뜨지 말고 침착함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 등 우승에 작은 차질도 빚지 않기 위해 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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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의 파상 공세에 시달렸다. 말레이시아는 최소 두 골을 넣어야 뒤집기 우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1로 끝나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베트남이 우승한다. 공세를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었다. 지난 여름 아시안게임 한국전에서 두 골을 넣었던 사파위 라시드,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귀화한 공격수 모하마두 수마레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이런 와중에 베트남도 저항하다가 경고 받는 선수가 늘어갔다. 베트남을 살린 것은 베트남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골키퍼의 당반럼의 선방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위협적인 상대 슛을 쳐내 동점을 막아낸 그는 후반 5분에도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코너킥 때 수마레의 헤딩슛을 골라인 앞에서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걷어냈다. 그의 맹활약이 베트남을 점점 우승으로 이끌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베트남의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점점 지쳐갔다. 후반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걸어다니는 원정팀 선수들이 늘어갔다. 반면 박 감독 조련 아래 체력이 나아진 베트남 선수들은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원정팀을 흔들었다. 후반 36분엔 교체로 들어간 응우옌 퐁홍주이의 슛이 말레이시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우승에 가까워질 수록 베트남 관중의 휴대폰 불빛 응원이 미딩 경기장을 덮어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퇴장자까지 나오며 자멸했다.
종료 휘슬이 울렸고, 베트남이 환호했다. ‘박항서 매직’이 신화가 됐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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