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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김현기 기자]“이런 일도 일어날 수가 있구나 싶었죠, 하하.”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은 허탈하게 웃었다. 2개월 전 분데스리가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리고 골 세리머니를 펼치다 부상을 당하던 순간을 회상하던 그는 이제 지나간 추억이라는 듯 시크한 표정이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2018~2019 독일 분데스리가 15라운드 샬케04와 홈 경기 종료 직후였다. 이날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의 교체 명단에 올랐지만 출전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좋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저 인터뷰하나요?”라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묻더니 “컨디션은 아주 좋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동원은 지난 9월16일 마인츠전에서 다쳐 2개월동안 재활에 집중했다. 당시 교체로 투입됐던 지동원은 시즌 첫 골을 넣고 터치라인 쪽에서 점프 세리머니를 하다가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발이 뒤틀려 쓰러졌다. 그가 1부리그에서 득점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20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 이후 1년 9개월 만이었다. 도르트문트전 직전 열린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에서 연달아 출전하며 상승세를 타던 시기라 지동원에게 더 가슴 아픈 부상이 됐다. 가을 내내 재활한 그는 지난달 24일 프랑크푸르트전부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8일 레버쿠젠전에서 교체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지동원은 두 달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골을 넣고 너무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는 “개인적으론 좀 더 심한 부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MRI(자기공명영상진단) 찍고 기다리는 기간이 좀 힘들었다. 2개월도 물론 길었지만 그나마 두 달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활 기간을 떠올린 그는 “하…”라고 짧게 한숨을 쉬더니 “엄청 긴 시간이었다. 복귀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전에 보였던 좋은 모습들을 다시 하루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지난 경기에 뛰긴 했지만 그 전에도 명단엔 들었다. 더 빨리 출전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무릎에 더는 문제도 없고 괜찮은 것 같다”며 100%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알렸다. 그의 복귀 소식을 기다린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아쉬웠을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지동원은 올시즌 계약이 종료된다. 그는 재계약이 곧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재계약은 아직 논의 중이다. 충분히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여기서 재계약하는 것 자체도 새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됐던 내게는 중요한 결정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지동원은 벌써 7년 째 유럽에서 뛰고 있다. 2011년 잉글랜드 선덜랜드로 날아갔던 그가 축구의 본고장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으며 꿈을 키우는 셈이다. 그에게 유럽의 매력을 묻자 “왜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나오고 싶어하고, 좋은 선수들이 유럽에 많이 있는지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이런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축구해서 기분이 좋다. 나를 원하는 팀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투호 1기’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만큼 태극마크 복귀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지동원은 “늘 준비하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 만약 합류를 하게 되면 좋은 멤버, 좋은 감독님, 그리고 한국 축구의 좋은 분위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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