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염경엽 감독이 19일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투수조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가고시마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아시아 야구 유망주들의 경연장에서 한국이 참담한 성적표를 품에 안았다. 한국 야구가 위기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결과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 야구단 선수들을 중심으로 연합팀을 꾸린 KBO팀은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윈터베이스볼에서 5개팀 중 4위에 그쳤다. 5승 3무 11패로 승률 0.312에 머물렀는데 최다실책(30개), 최저 수비율(0.959), 최다 삼진(207개) 등의 불명예를 썼다. 투수들도 고개를 들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5개팀 중 가장 많은 투구수(2886개)를 기록했고 최다 홈런(12개), 안타(187개), 볼넷(93개), 실점(125점)을 허용했다. 이닝당 출루허용율은 1.71에 이르렀고 팀 방어율도 5.60으로 압도적인 꼴찌였다. 팀 타율 0.237에 출루율도 0.317밖에 되지 않아 아시안게임 3연패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성적을 남겼다.

급조된 팀으로 출전해 조직력이 좋지 않았다거나 열악한 구장환경 등을 탓할 수도 있다. 해체 위기를 맞은 경찰야구단 선수들이 주축이라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이유 없는 패배란 없기 때문에 성적이 저조한 이유를 찾자면 끝이 없다.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30개나 쏟아진 실책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조건에 출전한 일본 사회인팀(14개)보다 두 배나 많았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대만 선수들보다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한승택 신범수 퇴근
KIA 신범수(왼쪽)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 한승택과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KBO리그는 수 년째 이어지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성적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3할 타자가 34명에 달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20홈런 타자도 29명이나 있다. 반면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선발투수는 두산 이용찬(3.63)이 유일하고 이닝당 출루허용율 1.20대를 기록한 토종 투수는 전무하다. 현장 지도자들도 “각자 타율에 3푼 정도는 빼야 정상 수치”라는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퓨처스리그는 더 심각하다. 10개구단이 시즌 후 치른 마무리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관성적인 훈련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코칭스태프가 많았다. 의미 없이 훈련을 한다는 뜻이다. 마무리캠프 참가 자격을 얻은 최소 2~3년 이내 1군 백업으로라도 뛰어주기를 바라는 게 구단과 1군 코칭스태프의 마음이다. 정면타구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쇼트 바운드 처리가 미숙한 야수들이 수비훈련에 매달리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스텝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미다. 투수들도 드러난 결과보다는 볼배합을 스스로 짜보는 등의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 안타깝게도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에 임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마무리캠프를 끝내는 것이 현실이다.

[SS포토] 경찰청 유승안 감독 \'선수들의 환영 받으며 입장\'
퓨처스 나눔 올스타 유승안 감독(경찰청)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개인훈련이 일상화 돼 있다. 티배팅 하나를 하더라도 위치를 옮겨가며 약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훈련에 임한다. 투수들도 각자 루틴에 따라 제구와 구위, 볼회전 향상 등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갖고 있다. 때문에 각 선수들은 자신만의 분명한 야구철학을 정립해 경험을 통해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한 구단의 핵심 관계자는 “구장에 첨단 시설을 구비해 훈련여건을 조성해놓아도 선수들이 활용을 하지 못한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마추어를 포함한 선수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 야구의 수준은 계속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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