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축구는 상대에 따라 전술과 경기 운영이 달라야한다. 한국의 아시안컵 1차전 상대인 필리핀의 경우에도 최근 참가했던 스즈키컵(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수비에 치중한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수 위의 한국을 상대로는 사실상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수비수 역할을 수행했다.
2차전 상대인 키르기스스탄도 필리핀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이 후반 중반까지 한국을 상대로 무실점을 유지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욱 더 수비적인 경기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키르키스스탄은 7일 열린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전의 목표는 아마도 첫 승점 획득일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가 작지 않기 때문에 키르키스스탄이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선수비-후역습’밖에 없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벤투 감독도 잘 알고 있다. 벤투 감독은 필리핀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경기때는 더 준비를 잘해서 정교하게 (공격 작업을) 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식의 전술을 가져나오진 않을 것이다.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상대는 수비적으로 나오고 역습을 노릴 것이기 때문에 잘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B플랜이 마땅치가 않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권 국가들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뚫을 때 자주 활용하던 공격 방식은 장신 공격수를 활용한 선굵은 축구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는 공격이 풀리지 않을때 투입해서 ‘높이의 축구’를 실행할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 놓을만할 번뜩이는 능력을 보유한 조커도 찾기가 쉽지 않다. 벤투호는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전에서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썼다. 이 가운데 황인범은 기성용의 부상으로 인해 투입됐고, 주세종은 경기 막판 승리를 굳히기 위한 카드였다.
사실상 공격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선택한 교체 카드는 이청용이 유일했다. 이청용은 경기 투입 3분만에 황의조의 결승골의 시작점이 되는 킬 패스로 조커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이청용은 발이 빠르고, 개인기를 겸비한 전형적인 조커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운영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공격자원으로 분류된다.
벤투호의 입장에서는 본선을 앞두고 이승우가 뒤늦게나마 합류한 것이 조커 활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대표팀 내 가장 좋은 능력을 가진 공격자원이다. 상대 수비진이 어느 정도 체력을 소모한 후반 중반 이후에는 벤투호의 공격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반전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