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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해운대 온천을 찾았다. 해운대 해수욕장 뒷편 한복판 도심에 있다. 중동에도 있고 우동에도 있다.(해운대구에는 좌동 중동 우동으로 아주 편하게 작명된 행정구역이 존재한다.) 굴뚝 우뚝한 온천장들이 즐비하다. 마천루가 즐비한 화려한 해운대에 온천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역사가 꽤 오랜 온천단지다. 원래 이름은 구남온천으로 신라 진성여왕이 탕치를 위해 찾았을 정도다. 용출온도 50도에 육박하는 알칼리성 단순 식염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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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온천단지는 일제강점기에 온천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개발했다. 1887년 일본인 시게미즈에 의해 온천욕장이 생겨났다. 지금도 ‘여행이란 곧 온천을 가는 것’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이 1935년 곳곳에 온천을 파고 해운대 온천합자회사를 세웠다. 대욕장이 딸린 온천료칸을 운영했다. 당시에도 이미 부산진~해운대온천 간 관광버스를 운영하고 온천및 교통 패키지를 팔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심지어 작은 동물원도 있었다고 한다. 1937년 철로를 깔고 역(동해남부선 해운대역)도 세웠다. 물론 자기들끼리 즐기려고 그런 것이겠지만.
어쨌든 추위엔 온천이 최고다. 해운대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 속 보낸 하루에 ‘끝내기 온천’이라니 얼마나 근사한 여정인가. 여름에는 해수욕과 온천욕을 모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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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탕을 갔다. 이름도 얄궂다. 할매추어탕(매운탕)은 봤어도 그냥 할매탕이라니…. 심지어 같은 건물 1층에는 돼지국밥과 순대를 파는 할매국밥도 있다. 할매탕은 해운대 온천 중에서도 역사가 오랜 집이다. 무려 80여년에 이른다. 할머니들이 좋아해 ‘할매탕’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이곳 온천수는 라듐이 다량 함유돼 있어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근육통 소화기 질환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거의 만병통치 수준이다). 10여년 전 리뉴얼을 통해 깨끗한 시설로 다시 개관해 부산시민들이 즐겨찾는다. 해운대온천센터와 함께 있으며 가족탕까지 갖춰 느긋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해운대 해변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시민 온천 족욕탕도 있어 해변을 산책하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할매탕 주변에는 다른 온천도 많이 밀집되어 있고 인근에는 특급호텔과 바다가 보이는 숙소들이 즐비해 호텔에 투숙한 젊은 층도 온천탕을 찾길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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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피해, 부산 힐링여행
서울에선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라는데 이날 부산은 시계가 퍽 좋았다. 날씨가 맑으니 바닷가 산책을 즐겨도 무리가 없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어색했다. 복면같은 마스크 때문에 괜히 ATM 현금인출기 앞에서 어색해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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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단지와 가까운 미포쪽은 저녁에 가면 좋다. 하늘을 붉히는 석양과 서서히 점등하는 마천루와 동백섬,광안대교의 야경이 근사하다. 신기루처럼 멀리 나타나는 화려한 야경은 가히 ‘홍콩’의 그것과 견줄만 하다. 특히 이날은 예리한 초생달이 해운대 바다 위로 떴다. 일부터 따다 붙였다 할 만큼 그림같은 풍경이다. 중국의 이백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배경은 술 한잔과 퍽 어울린다. 생각해보니 미포 윗쪽은 바로 ‘달맞이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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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미포는 저녁과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횟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영화 ‘해운대’에서 강연희(하지원 분)가 장사하던 천막 횟집도 이 쪽이다.
여리여리한 달에 잔을 권하고 제철 회와 안줏거리를 주섬주섬 챙겨넣었다. 살짜기 창문을 열어봤는데 차가운 바람 대신 파도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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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에 해상케이블카가 생겼다고 해서 달려가봤다. 도심과 가까운 송도는 국내 1호 공설해수욕장이다. 역시 일제강점기에 생겨났다. 이곳에 예전 ‘케이블카’가 있었다. 낡고 위험 요소가 많아 없어지고 29년 만인 지난 2017년에 복원됐다. 세월이 지난 만큼 최신 시설로 등장했다. 일명 송도해상케이블카 부산에어크루즈로 그 화려한 이름처럼 당당한 위용으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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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 구간을 운행한다. 대부분의 구간이 옥색 바다 위로 지난다. 특히 투명 바닥의 크리스탈캐빈을 타면 정말 수퍼맨처럼 날아가는 느낌이다. 8인승 캐빈 39기가 줄줄이 최고 높이 86m 상공으로 비상하며 땅과 바다 하늘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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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기분이지만 무엇보다 풍경이 좋다. 암남공원 남항 영도 등 360도 사방 팔방 펼쳐진 빼어난 풍광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도 없는 파란색을 모아놓은 바다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인다. 레고 블록 아니 별사탕같은 방파제와 스카이워크를 걷는 사람들이 온통 푸른색의 시야를 깨며 시신경에 재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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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면 전망대다. 망망대해의 배경에 다양한 예술 조형물 사이로 인증샷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부대시설도 재미있다. 국내 최초 케이블카 뮤지엄 ‘송도 도펠마이어 월드’,아시아 최초 공중그네 ‘VR스카이스윙’,소원을 이루어주는‘소원의 용’ 등 요것조것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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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짤막한 일정이지만 부산 여행은 현실 속 고난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셸터(방공호)’구실을 했다. 추운 이에겐 생각지도 못했던 온기를 주고 삶에 지친 이들에겐 힐링할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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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찌개,상구네 떡볶이 등 다니며 맛본 부산의 맛난 음식과 주전부리는 수액처럼 몸으로 흘러들며 단숨에 활력을 채워준다. 서울에서 고속열차 3시간 미만 거리에 이렇게 부산은 너른 품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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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정보●둘러볼만한 곳=
부산 해운대역 뒷편에 원도심 건축물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카페·레스토랑 등이 많이 생겼다. 서면 쪽과 경쟁이라도 하듯 단숨에 핫플레이스가 되어 ‘해리단길’이라 불린다. 가장 짙은 푸른 색을 내는 해변인 기장군 방향은 언제나 인기있는 드라이브 코스지만 겨울에 특히 호젓해서 좋다. 부산관광공사는 ‘피난수도 부산 유산’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엔기념공원 부산근대역사관 임시수도기념관 등이 시내 도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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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 부산이 해운대에 생겼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보유한 30개 브랜드 중 하나인 페어필드는 세계에서 960여개 호텔을 운영 중(아시아 22개 호텔)이며 370여개 호텔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아직 한국에 낯선 브랜드인 페어필드는 합리적 가격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북미에서는 많은 여행객과 출장자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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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페어필드 부산 호텔은 가격 거품을 낮춘 대신 호텔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집중했다. 편안한 침대와 깨끗한 욕실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스탠더드,수페리어,패밀리룸 등 다양한 객실(225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0만원 미만의 가격(스탠더드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페어필드 서울을 비롯해 12월 페어필드 부산을 열었으며 올해는 페어필드 부산 송도를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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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페어필드 부산 호텔은 개관 기념으로 9만9000원 패키지를 출시했다. 체크인 기준 24시간 머물 수 있는 ‘스테이24아워’와 1박당 메리어트 리워즈 500포인트를 추가 제공하는 ‘엑스트라 500포인트’ 패키지를 주중 9만9000원에 내놓았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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