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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벤투호’에서 측면 공격수의 이미지가 강했던 손흥민(토트넘)이 아시안컵 중국전을 통해 팔색조의 매력을 뽐냈다.

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선발출전해 8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중국전 전반에는 페널티킥을 유도해 황의조의 선제 결승골을 이끌었고, 후반에는 코너킥을 통해 김민재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 날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그는 지난해 9~10월 열린 4차례 A매치(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에서 모두 2선 왼쪽 날개를 맡았다. ‘반대발 윙어’로 상대 수비라인을 뒤흔들면서 매경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중앙 이동은 벤투 감독의 고심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통해 공간을 지배할 줄 아는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최종 수비라인을 당긴 중국의 뒷 공간을 계속해서 공략하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손흥민은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에 중앙에서 뛰는 것이 활동 반경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손흥민이 중앙에 위치를 하면서 측면에 많은 찬스가 만들어지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2~3명의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 견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황의조, 황희찬, 이청용 등 나머지 공격자원들에게 찬스가 연결된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황의조는 “이번 경기에서 흥민이 쪽으로 수비가 쏠렸다. 이 부분을 잘 준비해야할 것 같다”면서 “워낙 흥민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잘 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벤투호’는 2선 자원들이 풍부하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대한 고민은 아시안컵 본선 기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남태희가 줄곧 원톱을 받치는 역할을 소화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승선이 불발되면서 대안을 찾는 것이 숙제로 남겨졌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구자철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전시켰고, 이청용을 조커로 활용해 실험을 하기도 했다.

결국 3차전 벤투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이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변신한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이제 벤투호는 또 하나의 위협적인 공격 옵션을 손에 넣게 됐다. 황희찬은 자리를 중앙으로 옮긴 선배에 대해 “흥민이 형이 힘들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운데에서 뒷공간으로 파고들며 볼 소유를 해줘서 우리에게 힘이 됐다.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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