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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이제 선수들이 배구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17일 장충체육관에서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4라운드까지 3위를 확정한 우리카드는 어느덧 강 팀으로 거듭났다. 1라운드만 해도 6위에 머물렀지만 2~3라운드 4위로 도약하더니 4라운드에선 한 계단 더 올라섰다. 어느덧 1~2위를 달리는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위협하면서 창단 첫 ‘봄배구’를 꿈꾸고 있다.
개막 직전 트레이드로 윤봉우가 합류하고 1라운드 후반 세터 노재욱이 가세하며 변화가 있었으나, 신 감독의 노련한 지도력이 빛을 발휘했다. 이르게 체질을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팀이 한차원 업그레이드하는 데 방점을 찍은 건 단연 리버만 아가메즈다. 이전까지 23경기에서 700득점. 독보적으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그는 경기당 평균 30득점 이상을 쏟아냈다. 공격 점유율도 평균 50% 가까이 된다. 4년 전 현대캐피탈 시절만 하더라도 다혈질 성향으로 팀 분위기를 흔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어느덧 1985년생 백전노장이 된 그는 신 감독의 믿음 아래 개인 활약 뿐 아니라 팀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하고 있다.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을 다잡으며 자신의 기술과 생활 노하우를 전수했다. 간간이 강한 성격이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동료들도 진심을 알기에 이해하며 받아들인다.
아가메즈의 존재는 곧 동료에게 큰 자신감이 되고 있다. 신 감독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주전이 거의 다 바뀌었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팀인데 (현재 상황에)만족하고 있다”며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기술(향상)보다 자신감 부분”이라고 꼽았다. 그는 “우리카드에 부임했을 때 ‘어떠한 생각을 갖고 배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이건 곧 자신감이다. 선수들이 이제 배구를 재미있어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근간이 된 아가메즈는 신 감독 칭찬에 이날 또 매서운 화력으로 화답했다. KB전에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33득점(공격성공률 63.82%)을 폭발, 세트스코어 3-0(25-21 27-25 25-19)승리를 이끌었다. 14승10패(승점 44)를 기록한 우리카드는 2위 대한항공(승점 47)과 격차를 승점 3으로 줄이면서 올스카 휴식기를 갖게 됐다. 오는 24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5라운드에 돌입한다. KB는 7승17패(승점 23)로 6위를 지켰다.
1세트부터 폭발했다. 전위 후위를 가리지 않고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쏟아부었다. 아가메즈 맹공에 흔들린 KB는 범실 12개로 우리카드(5개)보다 7개나 많이 나왔다. 펠리페가 7득점으로 제몫을 했으나 따라잡을 수 없었다. 2세트도 마찬가지였다. 초반부터 강력한 백어택과 퀵오픈을 앞세워 점수 차를 벌렸다. 12-7로 앞선 상황에선 펠리페의 백어택을 블로킹을 저지하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KB 공격 템포를 빠르게 변화를 주며 펠리페를 앞세워 19-19 동점을 만든 뒤 듀스 승부까지 끌고갔지만, 아가메즈가 26-25에서 또다시 예리한 백어택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2세트에 무려 15득점을 퍼부었다. 1~2세트 공격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코트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우리카드는 3세트 한결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아가메즈 뿐 아니라 나경복, 윤봉우의 공격까지 살아났다. 승부처였던 20-17 상황에서 아가메즈가 다시 한 번 높이 날아올라 손현종의 오픈을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결국 한성정의 공격으로 세트포인트를 잡은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백어택으로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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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장충체육관은 4010명의 구름 관중이 몰리면서 3경기 연속 만원 기록을 세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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