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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정다워기자]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원래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벤투 감독은 ‘2019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유난히 부상자(기성용, 이재성, 권경원)가 많이 발생했고 경고누적(이용)으로 결장한 선수까지 나오기는 했지만 라인업과 전술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교체카드도 제한적이다. 주세종과 지동원 등이 주로 중용되고 있다. 필리핀전에서는 아예 2장만 사용했다.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하는 강팀의 경우 조별리그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토너먼트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는 최적의 조합을 찾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는 점에서도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을 상대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중국은 모두 다른 전략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세 팀 모두 3백, 혹은 5백 형태로 경기를 운영했으나 작전은 달랐다. 필리핀은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왔고 키르기스스탄은 정면 승부를 걸었다. 중국의 경우 3백과 5백을 혼용했고 일찌감치 한국이 선제골을 넣어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없었다. 상대의 대응과 경기 양상이 모두 달랐는데도 벤투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맡긴 게 거의 유일한 변형 전술이었다. 4-2-3-1 포메이션의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배치해 안정감을 주는 전술인데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수비보다 공격을 하는 팀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상대 역습을 막기 위한 방책일 수 있으나 토너먼트부터 상대에게 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벤투 감독의 성향은 그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회인 유로2012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로의 경우 아시안컵처럼 대륙 대회이고 조별리그를 거쳐 토너먼트로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 그리고 8강전까지 베스트11을 단 한 명도 바꾸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에서 4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을 동일하게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준결승에 당도한 후에야 2명을 바꿨을 뿐이다. 강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교체카드를 2명만 썼고 교체 대상도 3~4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거의 경기에 나가는 선수만 나갔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4-3-3 포메이션을 쓴 것도 유사하다. 전형은 다르지만 변화 없이 경기에 나선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흘렀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바꾸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유로에 참가하는 포르투갈과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한국은 다르다. 포르투갈은 4강만 가도 성공으로 볼 수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팀이다. 유로에선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토너먼트에 가기 어렵다. 포르투갈은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의 경직된 운영을 이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에 올인 할 필요가 없는 팀이다. 고집보다는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지금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조별리그서 3승을 거뒀고,실점도 하지 않았다. 대진운도 좋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 한국이 우승컵을 얻는다면 벤투 감독의 보수 성향이 도움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벤투 감독 지도력이 높이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반대로 우승하지 못한다면 벤투 감독의 고집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남은 토너먼트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벤투 감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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