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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집념의 승리다. ‘박항서 신드롬’의 핵심 동력인 강한 정신력, 패배를 잊은 승리 DNA가 이번에도 발휘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대회 아시안컵에서도 ‘박항서 매직’은 유효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요르단과 16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까지 정규시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챙겼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부터 중동 팀과 힘겨루기를 해온 베트남은 동남아 챔피언(스즈키컵 우승)을 넘어 ‘박항서 신드롬’과 함께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관심사였다. 조별리그 초반 2경기에서 이라크(2-3 패), 이란(0-2 패)에 연달아 패했으나 아시아 정상급 팀을 상대로 이전과 다르게 맞불을 놓으며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등 확실히 거듭난 경기력이었다. 마침내 예멘과 최종전에서 2-0 완승하며 첫 승리를 신고한 베트남은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다른 조 3위 레바논을 제치고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했다. 1956년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첫 선을 보였던 베트남이 자국에서 열린 대회가 아니라 원정에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승리로 베트남은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도 첫 승리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다시 중동 국가와 격돌한 베트남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힘과 개인 전술을 앞세운 요르단 공세를 초반 고전한 베트남은 전반 39분 바하 압델라만에게 오른발 프리킥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박 감독 부임 이후 응집력이 크게 살아나며 패배 의식을 떨친 베트남 축구는 결국 후반 반전을 해냈다. 후반 6분 만에 응우엔 꽁 프엉이 동료가 오른쪽에서 낮게 찬 공을 문전 쇄도하며 오른발 발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베트남 공격을 매서웠다. 요르단을 수비진에 가둬두고 지속해서 흔들었다. 그러나 추가골 사냥에 쉽지 않았다. 결국 연장을 지나 승부차기로 이어졌는데, 요르단 2~3번 키커의 슛이 각각 골대를 때리고, 골키퍼에 막히면서 베트남이 웃었다.
베트남 축구는 1년 전 박 감독이 U-23 대표팀을 AFC 챔피언십 준우승 신화로 이끌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4강에 진출한 데 이어 A대표팀이 연말 동남아 최고 권위 대회인 스즈키컵을 10년 만에 들어올리면서 ‘박항서 신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시안컵은 베트남 축구가 얼마나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느냐를 확인하는 장이다. 잃을 게 없다. 2018년 기세를 통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도전을 해야 더 큰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베트남 주력 요원은 최고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 정신을 유지하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값진 결과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 베트남의 박항서 신화는 아직 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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