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16강
두바이 | 도영인기자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이번에는 질문 먼저 하나 던지고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왜 박항서 감독을 좋아합니까? 정말 궁금한 마음에 물어본겁니다.

지난 해부터 스포츠계를 강타하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을 설명해 줄 자료나 논문은 아직까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끔 기사를 통해 분석이 나오고는 있지만 직관적이거나 ‘수박 겉핥기’식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해부터 우리 국민들은 왜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박항서 감독에게 열광을 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스포츠를 통해 타국에서 국위선양을 한 지도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대중화된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박 감독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감독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성과를 낸 스포츠 지도자에게 보내는 응원을 넘어서는 광풍으로 평가받고 있죠.

이른바 ‘박항서 열풍’은 베트남을 넘어 한국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초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 나선 첫 대회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위를 달성하면서 열풍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여름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준결승 진출로 새 역사를 썼습니다. 정점에 오른 것은 지난달 열린 스즈키컵(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이었죠. 박 감독은 베트남을 무려 10년만에 우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제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형제의 나라가 됐고, 박 감독은 베트남과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 지도자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 해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을 통해 국내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박 감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축구 팬이 아니라도 이제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박 감독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궁금한 마음에 한동안은 지인들에게 ‘당신은 왜 박항서 감독을 좋아하냐’고 직접 물어본 적도 많습니다. 나이와 성별, 축구에 대한 관심 등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가지각색의 답변이 나왔죠.

그냥 박 감독의 옆집 아저씨와 같은 푸근한 생김새가 마음에 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죠. 또 베트남 전쟁 때 한국이 베트남에게 진 빚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한국에서는 최고의 선수,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받지 못했던 박 감독이 환갑이 넘은 나이에 아시아 축구의 변방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성공 신화를 쓰는 것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최근 수년간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가 베트남이라 교류가 많다보니 친근감을 갖게 됐고, 마침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좋은 성과를 낸 것이 촉매제가 돼 응원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 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답변이 나온 것만으로도 박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가 한두가지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까스로 16강행 막차를 탄 베트남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열린 B조 1위 요르단과의 맞대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드라마틱한 승리를 통해 또 한번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죠. 앞으로 베트남의 아시안컵 행보에 따라 ‘박항서 열풍’은 더 거세질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왜 박항서 감독을 좋아하나요?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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