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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얼굴이 두꺼운 걸까, 아니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사무총장을 또다시 고위 관료 출신 인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며 이 회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봇물처럼 터진 ‘체육계 미투’로 사면초가에 싸인 체육회가 정부와 국회가 요구한 강력한 인사쇄신안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밀실행정’을 통해 여론에 반하는 악수를 두고 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이미 발표한 선수부촌장과 국가대표 훈련관리관으로 선임한 두 명의 여성 인사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이 회장의 이너서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 두 명의 뒷배라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종교적 편향성이 도드라진 측근들의 나눠먹기식 인사는 대한체육회 ‘이기흥호’가 출범하면서 불거진 인사난맥의 전형이었는데 인사쇄신 또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건 비극이다. 더욱이 심석희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불이 붙은 ‘체육계의 미투’로 이 회장의 책임론까지 비등하고 있는 마당에 그가 사태 파악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향후 체육지형과 구도에 심각한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총장만 해도 그렇다. 아직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이 회장이 늘 하던 스타일대로 고위 관료 출신의 사무총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인사추천위원회라는 형식을 빌려 체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밀실인사’를 합리화한 체육회의 꼼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회장은 늘 그렇듯 내부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보다는 외부 권력에 도움을 청해 이를 덮는 데 능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인사는 전문성과 경험보다는 늘 권력에 맞닿아 있다. 화려한 인맥을 통해 자신의 권위와 위세를 뽐내는 그의 낡은 리더십은 익히 알려진 터다.
정성숙 선수부촌장과 박금덕 국가대표 훈련관리관에 이어 사무총장의 고위 관료 출신 내정이 그대로 강행된다면 체육계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체육회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해 국민의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잇따른 체육계의 추문에 이 회장의 사퇴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사쇄신안의 정점인 사무총장 인선이 또다시 체육 여론에 반하는 악수로 이어진다면 이 회장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체육계가 그토록 꺼리는 고위 관료 출신을 또다시 영입한다면 그건 무능하거나 체육계를 깔보는 행태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인사는 인사혁신처 차관급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로서 승승장구했지만 체육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위 관료 출신의 전임 전충렬 사무총장이 현장을 도외시한 채 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더 높은 입신양명의 정거장쯤으로 여겼던 전철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패러다임 시프트가 절실한 작금의 한국 체육에서 관료 출신의 신임 사무총장은 적합하지 않다. 체육에 대한 전문성,체육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그리고 체육에 헌신할 수 있는 애정과 관심이 있는 인사가 아니면 난파직전의 체육회를 구할 수 없다. 중층적 모순구조가 심화된 체육의 내부문제를 외부 권력으로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리더의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은 관대하지만 때론 단호하다. ‘촛볼 시민혁명’을 통해 대통령까지 갈아치운 게 바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 회장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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