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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김용일기자]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복을 꿈꾸는 한국 축구의 ‘확실한 무기’ 손흥민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 가까스로 8강에 오르긴 했지만 이제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와 매번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간판 골잡이의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2경기 연속 선발 출격해 팀의 연장 접전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 이라크를 누른 카타르와 오는 25일 오후 10시 4강 진출을 두고 겨루게 됐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지난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최종전 이후 엿새 휴식을 한 태극전사들은 예상보다 컨디션이 저조했다. 정규시간 90분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 120분 사투를 벌여야 했다. 8강이 사흘 뒤 열리는데 90분 승부를 낸 카타르보다 체력적 열세를 떠안은 채 맞서야 한다. 무엇보다 승부의 열쇠 구실을 하는 손흥민은 상대 거친 수비에 몸은 던지는 투혼을 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월드 클래스’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수치만 봐도…중국전보다 ‘컨디션 Down’손흥민은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90분 풀타임을 뛴 뒤 곧바로 UAE행 비행기에 올랐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아스널전부터 아시안컵 합류 전까지 무려 13경기를 뛰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한창 물오른 경기력을 뽐낸 손흥민이 1월 아시안컵 차출로 팀을 비우는 것을 고려해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리그컵과 FA컵에 모두 중용하며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 제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중국전은 건너뛰고 16강 토너먼트를 대비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대진상 유리한 조 1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손흥민이 UAE 땅을 밟은 지 57시간 만에 중국전 전격 선발 카드로 나섰다. 보란 듯이 그는 김민재의 헤딩 골을 돕는 등 2골에 모두 이바지하면서 89분여를 소화했다.
하지만 바레인전에서의 손흥민은 중국전과 대조를 이뤘다. ‘스포츠매틱스’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바레인전에 54차례 패스 시도 중 43회에 성공, 패스 성공률 80%로 중국전(90%)보다 떨어졌다. 볼 터치 간 볼컨트롤 비율만 봐도 바레인전에서 59.7%(186회 중 111회)로 중국전 56.1%보다 높았다. 바레인전에서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평소답지 않게 볼 터치가 길었고, 슛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애먹었다. ‘스포츠매틱스’에 따르면 수치가 높아진 건 그만큼 볼 처리 간 터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회 창출에 결정적인 ‘챌린지 패스’도 팀 전체 29회 중 5회(17.2%)로 중국전(7회·23.3%)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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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공격형MF, 손흥민은 맞는 옷 입었나
바레인전은 손흥민 정도 클래스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경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손흥민이 정상이 아니면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에 대한 상대 집중 견제가 심하다. 이번 대회 가장 눈여겨볼 점은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2경기 연속 활용한 점이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주로 왼쪽 날개를 주포지션으로 삼았고, 상황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이 2선 중앙에 배치한 건 그의 재능을 공격 전 지역에서 활용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수비 부담이 있는 측면보다 중앙에 배치해 피로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 중국전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의도가 잘 들어맞았다. 그러나 바레인전에서는 손흥민이 고립됐다. 상대 수비 2~3명이 달라붙어 손흥민의 동선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거친 수비로 막아섰다. 상대 스터트가 손흥민의 안면을 때리는 등 아찔한 장면도 속출했다.
손흥민의 고립은 측면이 살아나지 않은 탓이다. 벤투 감독은 상대 수비를 흔들고자 좌우 풀백을 윙어처럼 활용했는데 홍철과 이용의 크로스 성공률이 각각 9.1%(11회 중 1회 성공), 8.3%(12회 중 1회 성공)로 매우 낮았다. 조별리그에서도 평균 10% 안팎의 크로스 성공률로 두 수 아래 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는데 여전히 반복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이 본래 포지션인 윙어로 뛰는 게 낫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청용이나 구자철, 부상 회복 중인 이재성 등 대안이 충분하다. 킥과 정확성을 겸비한 손흥민을 차라리 측면으로 다시 돌려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푹 쉬고도 체력과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급감했다는 ‘벤투호’에 강한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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