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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12일 맞대결 전 악수하고 있다. 출처 | 아시안컵 공식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박항서 감독은 축구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그의 ‘매직’이 특별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부임 뒤 1년 2개월간 치른 4번의 대회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그리고 이달 아시안컵까지 단 한 번도 목표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무대의 성격도 연령별 대회부터 성인 대표팀이 싸우는 대회까지, 우승이 필요한 동남아 대회부터 도전자로 나서는 아시아권 대회까지 다양하다. 베트남 축구계가 야심차게 키운 선수들에 한국 축구 특유의 근성과 박 감독만이 갖고 있는 경력을 보태 신화를 창출하고 있다.

박 감독 시선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 일단 계약기간인 내년 1월 안엔 두 번의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오는 11~12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 게임)를 우선 치른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SEA 게임에 출전하는 남자축구대표팀은 1997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로 제한된다. U-22 대표팀인 셈이다. 스즈키컵이 아시안컵이나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토너먼트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SEA 게임에 쏟는 관심이 크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올라선 응우옌 꽝하이를 비롯해 현 베트남 축구대표팀엔 U-22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6명이나 있다. SEA 게임 우승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베트남은 U-22 대표팀이 참가하기 시작한 2001년부터 이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한 번도 없어 박 감독에겐 새로운 도전과 부담이 될 수 있다.

SEA 게임이 끝나면 이 멤버들 그대로 데리고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U-23 아시아선수권 겸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선다. 물론 오는 3월 태국, 인도네시아와 함께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예선을 통과해야 하지만 전력과 홈 이점 그리고 태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 얻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선 통과는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U-23 아시아선수권은 지난해 ‘박항서 매직’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인연이 깊다. 아울러 도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3위 안에 들면 베트남 축구사에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행을 이루는 신화 그 이상의 업적을 달성한다. 올림픽 본선행은 그야말로 힘든 일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세, 베트남 축구에 완전히 녹아든 박 감독의 용병술을 생각하면 못 이룰 것도 없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과의 대결도 기대된다. 물론 베트남 축구계 일각에선 박 감독이 성인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맡다보니 일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박 감독은 A매치에만 전념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SEA 게임과 U-23 아시아선수권을 지휘할 이는 아직까진 박 감독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도 박 감독의 장기적인 플랜에 들어있다. 내년 가을부터 아시아 1~2차 예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베트남이 4.5장인 본선 티켓을 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2팀이 겨루는 최종예선에만 진출해도 베트남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최종예선까지 가는 길엔 박 감독의 재계약 등 여러 불확실한 변수가 있지만 지금 그의 리더십이라면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새 역사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는 이미 박 감독 앞에 바짝 와 있다. 오는 3월 26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한국과 평가전이 그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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