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일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이 5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 첫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수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마냥 높은 곳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나. 당장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고 하면 선수들이 더 못할 것이다.”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이 냉정하게 현실을 응시했다. 시즌 전 목표로 삼은 14승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과제부터 해결해서 밝은 미래를 여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감독은 24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경기에 앞서 “신한은행에 이번 시즌 전승을 했다. 그렇다고 절대 방심할 수는 없다. 그냥 우리가 잘 풀려서 이긴 경기들이었다”고 방심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신한은행에 부상 선수가 없고 외국인선수가 부진하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래도 단타스가 잘 해주고 있으니까 이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안혜지가 꾸준히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도 단타스 덕분이다. 우리가 방심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자만을 경계했다. 정 감독의 주문대로 OK저축은행은 경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72-69로 승리, 신한은행전 5전 5승에 성공했다.

불과 6개월 전 팀 전체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OK저축은행은 이날 경기에 앞서 지난해 거둔 4승의 2배가 넘는 9승을 기록했다. 후반기 4승 2패로 무섭게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디펜딩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을 꺾었다. 정 감독은 “작은 목표 하나를 이뤘다. 이제 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을 잡고 싶다. 우리라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만 이기라는 법은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시즌 전 목표로 내세운 14승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그는 “14승을 얘기했지만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보고 싶다. 14승에 앞서 일단 12승부터 도달해야 한다. 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을 이기고 연승도 좀 하면 12승까지는 갈 것 같다. 12승을 올리고 나서 다시 14승을 얘기하겠다. 지금 시점에서 목표는 12승, 4위다”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명했다.

미래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밖에선 드래프트 1순위를 놓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어차피 확률적인 문제 아니었나. 차리라 강팀인 우리은행에 박지현이 간 게 나을수도 있다”며 “3순위까지만 걸려도 괜찮다고 봤는데 다행히 2순위가 됐다. 우리처럼 포인트가드가 필요한 팀에는 이소희가 잘 맞는다. 소희는 매 경기 최소 10분은 뛰게 할 것이다. 실전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장담점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이소희, 안혜지, 진안이 엄청나게 뛰는 런 앤드 건을 생각하고 있다. 이소희가 박지현을 제치고 신인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무조건 좋은 성적을 요구할 수는 없다. 마냥 높은 곳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나. 당장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고 하면 선수들이 더 못할 것이다. 이번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급하지 않게 한 단계씩 올라갈 것을 재차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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