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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잘 싸웠다. 비록 졌지만 박수 받기에 충분한 90분이었다.
‘박항서 매직’의 아시안컵 도전이 8강전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4일 UAE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아시안컵 8강 일본전에서 후반 12분 상대 공격수 도안 리츠에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주고는 이를 만회하지 못해 0-1로 패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2패를 기록, 레바논을 경고 두 개 차이로 제치고 토너먼트행 막차를 탄 베트남은 지난 20일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며 8강까지 내달렸다. 베트남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던 일본을 맞아 전반전 45분을 0-0으로 마치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8강전부터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에 의해 선언된 페널티킥으로 일본에 실점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내용을 놓고 보면 일본이 창피하다고 할 정도로 베트남이 잘 싸웠다. 강팀과 붙을 때 박 감독이 쓰는 5-4-1 포메이션으로 맞선 베트남은 예상대로 볼점유율 25% 안팎의 밀리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골키퍼 당반럼의 선방이 이어지면서 일본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행운도 따랐다. 전반 25분 코너킥 위기에서 상대 센터백 요시다 마야에 헤딩골을 내줬으나 VAR에 의해 취소된 것이다. 볼이 마야의 머리와 손을 맞고 골망을 출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은 이후 일본 수비수들의 실수를 틈타 전반 막판 골 찬스를 잡았다. 곤다 슈이치의 쳐내기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으나 베트남의 공격이 위협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베트남은 후반 들어서도 잘 버텼으나 한 번의 실수로 땅을 쳤다. 후반 7분 수비수 부이티엔흥이 페널티지역에서 도안의 발을 밟은 것이다. 이를 못 보고 지나친 주심이 나중에 VAR을 선언, 페널티킥을 선언하면서 베트남은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당반럼이 방향을 잘 잡았으나 도안의 킥이 더 빨랐다. 후반 9분 도안이 이날 경기 유일한 골 주인공이 됐다.
공격 주문을 할 수밖에 없는 박 감독은 응우옌판뚜안과 응우옌퐁홍주이, 르엉쑤언쯔엉을 연속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응우옌퐁홍주이가 시도한 후반 28분 감아차기 슛은 골문을 살짝 외면해 베트남 관중을 속태우게 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베트남이 공세를 강화하자 추가 득점할 기회로 보고 오사코 유야와 이누이 다카시 등 빅리거 두 명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동점골도, 일본의 추가골도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일본의 한 골 차 승리로 끝났다. 일본은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에 이어 베트남까지 1-0으로 이기는 등 탄탄한 수비 중심의 실리 축구로 6회 연속 4강행을 이뤘다. 일본은 이란-중국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일본전을 끝으로 박 감독과 베트남은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됐다.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라오스전부터 이날 일본전까지 3달간 A매치 1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12년 만의 아시안컵 8강 진출과 함께 ‘박항서 매직’은 신화가 됐다. 베트남은 오는 3월26일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는 박 감독의 조국 한국과 ‘AFF-EAFF 챔피언스 트로피’를 통해 다시 모인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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