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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실패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난 한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15년만에 아시안컵 4강 진출 실패다. 대회 직전까지만해도 지난해 A매치에서 무패행진을 벌인 벤투호가 59년만에 한국 축구의 우승의 한을 풀어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흐름이 이어졌다.
본선에서는 단 한 경기도 속 시원한 경기가 없었다. 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조리면서 경기를 봐야했고, 시원스럽게 득점포가 나와줘야 할 장면에서는 매번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문제는 체력과 컨디셔닝 관리의 실패로 볼 수 있다. 경기를 더해 갈수록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은 무거워졌고, 결국 경기력의 기본이 돼야 할 체력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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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벤투호는 첫 소집부터 카타르전 패배까지 46일간 무엇을 했던 것인가.
아시안컵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K리거들의 대표팀 조기 소집에 협조를 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주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난달 11일 울산에서 대표팀이 소집됐고, 20일 23명의 최종엔트리가 발표됐다. 그리고 23일 아부다비 현지 적응훈련을 시작한 뒤 지난 3일 조별리그 1차전 결전지인 두바이에 입성했다.
아시안컵의 변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표팀은 구성상 크게 동아시아리그(한국 중국 일본 등)와 유럽리그 출신을 나눠져 있다. 그로 인해 모든 선수들이 균질한 컨디션과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과제였다. 동아시아리그 출신들은 리그가 종료된 뒤에 대표팀에 소집됐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점과 다시 체력을 끌어올려야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유럽리그 출신들은 한창 리그가 진행중이라 피로도 조절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로 인해 벤투 감독은 동아시아리그 출신들만 모였던 울산 전지훈련에서는 훈련 강도를 낮추고, 선수별 컨디션에 따라 훈련량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컨디션은 들쑥날쑥했다. 특히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일부 선수들의 경우에는 몸을 만드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국 본선이 시작되면서 짧게는 3일 간격, 길게는 6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를 치르고 회복을 하는 패턴이 이어지다보니 별도로 체력과 컨디셔닝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없었다. 선수들은 매 경기를 치를때마다 피로도가 쌓이면서 움직임이 무뎌졌고, 결국 8강 탈락의 원인으로 귀결됐다. 카타르전 직후 구자철은 “예선부터 분위기를 올렸어야 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면서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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