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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들이 10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본머스전에서 모두 일어서서 응원하고 있다. 리버풀 | 장영민통신원

[리버풀=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우승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세계 축구계의 최대 관심사는 ‘빅클럽이 아닌’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정상 등극 여부다. 리버풀은 지난 1901년부터 1990년까지 90년간 총 18번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축구종가’ 최고 명문으로 올라섰으나 1992년 1부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된 뒤부터는 내리막길을 걸어 단 한 번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지난 2014년 “리버풀은 빅클럽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리버풀을 조롱하는 얘기거리가 됐다.

그런 리버풀이 2018~2019시즌 선두를 질주하며 정상 등극에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새해 초 2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 1-2로 패하고, 지난 달 31일 레스터 시티전, 지난 5일 웨스트햄전에서 연달아 비긴 뒤 베팅업체부터 리버풀의 최종 순위를 2위로 예측하고 나섰고, 영국 언론 역시 리버풀이 줄곧 1위를 질주하다가 첼시에 패한 뒤 맨시티에 막판 뒤집기 우승을 내줬던 2013~2014년의 전철을 되풀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리버풀의 강력한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출신 리오 퍼디낸드는 최근 “그들(리버풀 선수들)은 지금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다. 나도 겪어봤다”고 한 말은 리버풀 구성원 모두에게 비수처럼 꽂힌 한 마디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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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10일 본머스전에서 세트피스를 시도하고 있다. 리버풀 | 장영민통신원

그래서 리버풀 팬들은 더 박수치고 더 소리질렀다. 10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26라운드 본머스전은 리버풀 사람들이 우승을 얼마나 염원하는지, 하지만 선수들에게 부담보다 용기를 불어넣고 싶어하는지가 잘 드러난 경기였다. 5만5000여석의 대부분을 채운 리버풀 팬들은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다소 안타까워하면서도 패스 하나, 슛 하나가 이뤄질 때마다 손뼉 치고 노래 부르며 어느 때보다 더욱 뜨겁게 응원했다. 킥오프 순간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서서 응원하는 팬들의 숫자가 엄청 났다. 함께 취재 온 네덜란드 기자 길트도 “안필드에 여러 번 왔지만 오늘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감탄했을 정도다. 팬들은 간절하면서도 침착했다. “홈팀의 오랜 팬”이라는 48세 대런 하우슨 씨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우승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 뒤 퍼디낸드 발언을 의식한 듯 “열정적이면서 엄청난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의 응원은 승점 10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외쳤다.

3번 실패는 없었다. 리버풀은 이날 전반 24분 사디오 마네, 전반 34분 조르지뉴 베이날둠, 후반 3분 모하메드 살라의 연속골을 묶어 3-0 완승을 거두고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10일 현재 리버풀이 승점 65, 맨시티가 승점 62다. 리버풀과 맨시티는 이번 시즌 맞대결을 모두 치렀기 때문에 이제 두 팀은 다른 구단들과의 승부를 통해 우승 트로피 주인공을 가린다. 이날 결승포를 포함,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마네는 득점 뒤 동·서·남·북을 돌며 모든 팬들에게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완승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쉼 없이 소리 지른 홈팬들에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어퍼컷 세러머니를 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리버풀엔 이제 12경기가 남았다. 그토록 원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꿈을 2019년엔 이룰지, 아니면 5년 전처럼 막판 뒤집기 다른 팀에 내줄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리버풀의 2019년 행보는 축구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지금 리버풀이라는 도시가 엄청나게 뜨겁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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