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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우완 케빈 브라운(53)은 1998년 12월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연봉 1억 달러의 벽을 허문 주인공이다. 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LA 다저스와 7년 총 연봉 1억500만 달러(1180억2000만 원) 계약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브라운의 FA 계약은 실패로 끝났다.
브라운은 계약 후 두 시즌 가까이 샌디에이고 홈구장 퀠컴 스타디움에 가면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팬들은 비틀스의 히트곡 ‘Can’t buy me love(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어)’에 빗대 ‘돈으로 우승을 할 수 없다(Can’t buy pennant)’는 격문으로 약을 올렸다. 브라운은 1998시즌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18승7패 방어율 2.38을 기록하며 팀을 최초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끌었다. 팬들의 잔류 염원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로 떠난데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브라운은 1995년 12월 플로리다와 3년 1260만 달러(141억6240만 원)에 FA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금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의 1년 연봉 1790만 달러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브라운의 3년 FA 계약은 팀에 대박을 안겼다. FA 계약 첫 해 17승11패 방어율 1.89로 주가를 높였다. 메이저리그 방어율 1위였다. 이듬해도 16승8패 방어율 2.69를 기록했다. 플로리다는 1997년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뒤 곧바로 고액 연봉자들을 트레이드하고 유망주들을 받아 들였다. 이때 브라운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브라운의 첫 번째 FA 계약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로 맺은 7년짜리 장기 계약은 속칭 ‘먹튀(돈만 먹고 튀었다는 의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이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대어급 FA 계약은 오리무중이다. 최대어인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 내야수 매니 마차도,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 좌완 댈러스 카이클 등은 여전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4명은 전력 판도를 바꿀 만한 FA 선수들이다. 그러나 구단들은 그동안 FA 장기계약자들의 실패 트라우마로 인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퍼와 마차도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요구하고 있는 터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FA 계약하면 으레 떠오르는 게 ‘먹튀’다. 워낙 실패 사례가 많아서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은 팀의 운명을 바꾼다. 물론 야수보다 선발 투수가 FA 시장에서는 선호대상이다. 애리조나는 미국 스포츠 사상 신생팀으로는 가장 빨리 우승한 팀이다. 1998년 창단돼 4년 만인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의 주역은 2015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좌완 랜디 존슨이다.
통산 303승을 거둔 존슨은 시애틀에서 가장 긴 10년을 활동했지만 명예의 전당 가입 때 소속팀으로 애리조나를 선택했다. 애리조나에서의 우승이 결정적이었다. 시애틀은 1998년 7월31일 시즌 후 FA가 되는 존슨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시애틀은 존슨을 내주고 휴스턴으로부터 유망주를 받아 남는 장사를 했다. 존슨은 휴스턴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뒤 신생팀 애리조나와 5년 6800만 달러(730억6000만 원) 계약에 사인했다.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존슨은 애리조나에서 4차례 사이영상 수상, 퍼펙트게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활약했다.
피츠버그를 떠나 1992년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4300만 달러 계약을 한 배리 본즈도 FA 영입 성공 사례다. 훗날 약물복용 혐의로 퇴색이 됐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MVP 5회, 홈런왕 2회로 몸값 이상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밖에 애틀랜타와 5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그레그 매덕스, LA 에인절스와 5년 7000만 달러에 계약한 블라드미르 게레로 등은 우승과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팀을 빛냈다. 텍사스의 2011년 애드리언 벨트레 영입도 성공작이다. 명예의 전당 회원을 이미 확보했다. 구단은 올 6월 그의 등번호 29번을 영구결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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