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지은희
LPGA 혼다 타일랜드 우승자인 양희영(왼쪽)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거머 쥔 지은희. 제공 | LPGA, 큐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초반 ‘30대 태극낭자’ 바람이 심상치 않다. 관록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흔들림 없는 강한 멘탈을 뽐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LPGA 투어는 33개 대회로 판이 커졌다. 초반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2개 대회를 제패하면서 내심 2015년과 2017년 합작 최다승 기록(15승)을 넘어서리라는 기대가 크다. LPGA에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대 태극낭자의 활약은 기록 경신에 커다란 힘이다. 2015년만 하더라도 15승 중 10승을 박인비(5승)와 김세영(3승), 최나연(2승)이 해낼 정도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선수 황혼기에 해당하는 30대 선수의 주목할 만한 성적은 단순히 기록 경신을 넘어 LPGA의 태극낭자 존재 가치를 대변한다.

전 세계 정상급 골퍼들도 인정하는 태극낭자만의 저력은 멘탈이다. 지난달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만 32세 8개월 8일의 나이로 한국 최고령 우승 기록과 함께 시즌 태극낭자 첫 승전고를 울린 지은희(33)가 대표적이다. 최종라운드에서 1~2번 홀 연속 보기로 흔들릴 법했으나 3번 홀에서 13m 칩샷을 버디로 연결하면서 반전을 꾀했다. 이어 바람이 거세게 분 13번 홀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백스윙 자세를 더 간결하게 바꾸면서 드라이버와 아이언 비거리를 늘리는 등 30대 들어서도 자세를 교정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2년 만에 혼다 타일랜드 정상에 오른 양희영(30)도 마찬가지다. 우승 직후 울먹이면서 “너무 긴장했다”고 말한 그는 그린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뒤 전반 5연속 버디쇼를 펼치다가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돼 후반 초반 흔들렸다. 그러나 16번 홀 7m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집중력을 발휘, 경쟁자 추격을 따돌렸다.

지은희와 양희영 모두 우승 비결을 묻는 말에 공통으로 답한 건 “지금 경기하는 순간을 사랑하고 즐겼다”는 말이다. 둘 다 20대 시절 크게 빛을 보진 못했으나 그 속에서 욕심을 내기보다 즐기는 마음을 통해 롱런하는 법을 깨우쳤다. 어느덧 경쟁자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 이들은 편안하게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베테랑이자 실력파로 거듭난 셈이다. 이게 바로 정신력과 궤를 같이한다.

30대 선배들의 대활약은 젊은 선수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5번째 투어는 28일부터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718야드)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엔 또다른 ‘30대 주자’인 1988년생 박인비가 마침내 시즌 첫 출격 한다. 30대 들어 체력훈련에 집중하는 박인비는 통산 19승에 멈춰 있다. LPGA에 부는 30대 바람을 타고 아홉수를 깨고 20승 고지를 밟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