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8일 미국의 주요 뉴스는 레전더리 투수 톰 시버(74)의 치매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가족들은 치매로 시버가 공개 활동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시버는 은퇴 후 캘리포니아 북쪽 나파 밸리에서 포도주 양조장(winery)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돈있는 유명인사들의 투자처가 와이너리다.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더스티 베이커,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크 위어 등 유명인들의 포도주 양조장은 포트폴리오에 꼭 포함된다.

당장 6월로 예정된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 50주년 행사가 시버의 불참으로 김빠지게 됐다. 신생팀 메츠의 1969년 월드시리즈 우승은 ‘미러클 메츠’로 불리운다. 1969년 월드시리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절대적 우세가 예상됐다. 볼티모어는 정규시즌 109승을 작성했다. 명예의 전당 3루수 브룩스 로빈슨, 우익수 프랭크 로빈슨 외에 20승 투수 마이크 쿠에야, 데이브 맥널리, 영건 짐 파머 등 투타가 완벽했다. 시버는 1차전에서 쿠에야에게 패했지만 4차전에서 연장 10회 완투로 2-1 승리를 이끌며 4승1패로 메츠의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통산 311승105패 방어율 2.86을 기록한 그는 1992년 자격 첫 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당시 시버가 미국 야구기자단으로부터 얻은 98.8%의 지지는 역대 최고였다. 이 기록은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의 99.3% 지지로 깨진다.

1975년 7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 표지 인물은 아메리칸리그 볼티모어의 파머와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의 시버였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Baseball’s Toughest Pitchers)’가 제목이었다. 둘은 나란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와 함께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70년대를 풍미한 두 레전더리는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수려한 용모를 겸비해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윤학길이 파머의 투구폼과 흡사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LA 다저스 전성기 시절 등판 때마다 “시버의 투구폼을 연상케 한다”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시버는 앞으로 절대 깨질 수 없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23세에 메츠를 시작으로 41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현역을 마무리지을 때까지 16번이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역대 최다다. 잭 모리스는 14년 연속 개막전 선발 투수 기록 보유자다. 개막전 선발은 단순히 한 경기 등판이 아니다. 개인에게 현역 시절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 다저스는 지난달 19일 2019년 개막전 선발투수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예고했다. 9년 연속 개막전 선발이었다. 그러나 예상치못한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연속으로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이처럼 어렵다. 역대 개막전 선발로 12차례 이상 등판한 투수는 약물의 로저 클레멘스를 제외하고 모두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시버를 비롯해 14차례 등판한 ‘빅 트레인’ 월터 존슨, ‘레프티’ 스티브 칼튼, ‘빅유닛’ 랜디 존슨, 잭 모리스, 13회 로빈 로버츠, 12회 글로버 클리블랜드 알렉산더 등이다. 클레멘스도 13차례 개막전에 등판했다.

다저스는 커쇼의 개막전 등판 무산을 공식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플랜 B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른 구단에 비해 늦게 개막전 선발 투수가 발표될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리치 힐과 류현진 가운데 한 명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게는 베테랑인 힐(38)에게 조금 더 쏠린다. 원래 구위를 고려하면 2년차 워커 뷸러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뷸러도 지난해 예상보다 많은 투구이닝으로 스프링 트레이닝 훈련 일정을 늦춰 개막전 선발은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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