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봄이 찾아왔어요 [포토]
두산 김재환이 24일 잠실 한화전 4회타석에서 타격 후 1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2019.3.24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4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시작으로 올해 창원NC파크까지 KBO리그도 신구장 시대에 들어섰다. 6년 동안 총 4개의 신구장이 완공됐고 2015년부터 리그에 진입한 KT도 수원구장을 신식구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는 9개 구장 중 절반 이상이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관중과 선수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춘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주말경기 티켓도 2만석 규모의 야구장이 꾸준히 들어서며 보다 많은 야구팬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 개막전의 경우 약 2만2000명 관중을 동원하는 창원NC파크 효과에 힘입어 역대 개막전 최다 11만4028명 관중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야구팬을 야구장에 초대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서울 잠실구장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부산 사직구장은 낙후된 시설로 선수단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은 원정팀에게 기피대상 1호다. 좁디 좁은 원정팀 라커룸 사정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라커룸 앞 복도에서 옷을 갈아 입기 일쑤다. 경기 전후로 원정팀 선수들의 가방이 복도에 널려있고 추위 혹은 더위를 피할 마땅한 공간도 없다. 관중들 또한 30년 전 한국인 평균 체형에 맞게 제작된 좁고 딱딱한 의자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야구장의 주인인 서울시가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새 야구장 건립을 향한 움직임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대전의 경우 지난 21일 새 야구장 부지가 확정됐다. 지금 쓰고 있는 야구장 바로 옆에 새 구장을 마련해 2025년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 역시 부산시와 롯데 그룹이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부지선정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으나 롯데 그룹은 북항 신구장 건설과 관련해 돔구장과 종합 어뮤즈먼트 파크를 건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서울시는 사실상 새 야구장 건설을 위한 제대로 된 예산계획 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비롯한 서울시 대형 프로젝트에 잠실 신구장 건립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시공 시점은 물론 정확한 시공 장소도 미정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20억원 이상을 들여 그라운드와 파손된 의자를 교체했으나 서울시의 행적은 시설보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정 라커룸과 편의시설 등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LG 이규홍 사장은 지난 22일 올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잠실구장을 돌아보며 “뚝섬 돔구장이 건설되지 않은 게 참으로 아쉽다. 당시 한국 최초 돔구장 건설을 위해 미국과 일본의 돔구장들을 두루 둘러봤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밀려 건설되지 못했는데 어떻게든 강행했다면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야구장이 단순한 관중 유치 뿐만 아니라 사업장소로도 활용된다. 스카이박스의 경우 기업들이 연간권을 구매해서 직원들과 화합을 도모하거나 협력업체를 초대하는 용도 등으로 적절하게 활용한다. 잠실구장에 더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은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척돔 스카이박스 연간권은 매년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기업과 계약을 추진하는 해외 사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도 꼽힌다.

이대로라면 잠실구장은 역사와 규모 외에는 자랑할 게 아무 것도 없는 가장 낙후된 구장으로 오랫동안 남을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