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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게 안 했으면 하는데….”
장정석 키움 감독은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전날 호수비로 주목받은 리드오프 이정후 활약을 치켜세우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후가 타구 잡을 때 순간 나도 더그아웃에서 일어났다”며 “(경기 후) 별다른 얘기는 안 했다. 워낙 순간적인 반응이니까…”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4회 말 수비 무사 1루에서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이 최원태의 초구를 받아쳐 좌익수 앞 안타성 타구로 연결했다. 그러나 이때 절묘하게 다이빙 캐치로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잡아냈다. 이정후의 호수비로 4회 위기를 넘긴 키움은 5회 선취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키움 코치진과 팬들은 지난해 10월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중 비슷하게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어깨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애초 올해 5월이나 돼야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스로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겠다고 선언,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캠프서부터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고 부상을 방지 하기 위한 예측 플레이에 집중하는 등 전략적으로 시즌을 대비했다. 그리고 이날 호수비를 비롯해 5회 결정타를 때리는 등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로 가치를 뽐냈다.
하지만 장 감독 입장에선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는 “캠프 때도 코치들과 함께 슬라이딩하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며 “조금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는데, 사실 타구가 워낙 다양하게 날아오니까 바꿀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재환 타구가 이례적으로 그 방향으로 날아간 것도 있는데 어쨌든 큰 부상을 피하는 쪽으로 더 반응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상에서 돌아온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일종의 후유증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선수들이 부상 당시 기억으로 비슷한 상황에서는 몸을 아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후유증은 커녕, 더 적극적으로 공을 쫓으면서 호수비로 연결했다. 이정후는 장 감독이 올 시즌 내세운 ‘강한 2번’ 퍼즐을 완성하는 데 주춧돌이기도 하다. 그는 이정후의 강한 정신력을 칭찬하면서도 “그렇게 안 했으면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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