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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양현종이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 1루 더그아웃에 불쑥 나타났다. KT 이강철 감독이 취재진과 경기전 공식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눈이 마주친 둘은 약속이나 한 듯 격하게(?) 포옹했다. 양현종이 귓속말로 “축하드립니다”며 웃자 이 감독도 “고맙다”고 답했다. 지난 29일 KT를 상대로 선발등판한 양현종은 6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KT는 이날 개막 5연패 탈출에 성공했고 이 감독도 감독데뷔 첫 승을 올렸다. 3연전 첫 날 선발등판일이었던데다 전날 회복훈련 일정 등으로 이 감독에게 안부 인사를 못한 양현종이 승리 축하를 겸해 깜짝 방문한 셈이다. 양현종은 “감독님 첫 승하고 우셨다면서요?”라며 농담을 던지자 이 감독은 “눈이 건조해서 그런거지, 안울었어”라며 발끈했다. 양현종이 “저도 3루 더그아웃에서 울었습니다. 건승하십시요 코치님”이라며 응수해 더그아웃이 다시 웃음바다가 됐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 돌아간 뒤 불펜 필승조로 자리잡은 정성곤과 나란히 첫 승을 신고한 두 명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장단점 얘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오랜 투수코치 생활 경험을 살린 장단점 분석으로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때 감독석 옆 벽면에 붙어있던 인터폰이 울렸다. 경기 도중 불펜에 연통을 넣을 때 활용하는 인터폰이다.
오랜 투수코치 생활로 인터폰 사용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순간 구장 통신 관리 직원 한 명이 황망한 표정으로 불펜쪽에서 달려와 이 감독 옆으로 향했다.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전화를 바꿔주더니 “내가 온지 얼마 안되서 직원들을 다 모릅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감독 데뷔 첫 승에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까지 확정하는 등 사령탑으로도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날 만큼은 투수코치 본능이 여러 장면에서 드러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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