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고우석 \'승리를 지켜라\'
2019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LG 투수 고우석이 9회 역투하고 있다. 2019. 4. 21.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LG가 마무리투수 정찬헌이 이탈한 첫 날에도 흔들림없이 리드를 지켰다. 올시즌 불펜 필승조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사이드암투수 정우영(20)과 우완 파이어볼러 고우석(21)이 나란히 8회와 9회를 책임졌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구위가 향상되고 있는 두 젊은피가 새로운 필승공식을 만들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LG 류중일 감독은 “찬헌이가 허리가 불편하고 다리에 저림 증상이 있다고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트레이닝 파트의 진단이 나와 엔트리서 제외됐다. 당분간 마무리 상황에선 고우석, 신정락, 정우영 등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정찬헌은 올시즌 10경기 9.1이닝을 소화하며 1승 6세이브 방어율 0.96으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블론세이브 없이 세이브 성공률 100%를 유지하며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클로저로 진화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잠실 키움전에서 구속이 130㎞대에 머물렀고 0.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고전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게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LG는 정찬헌이 다시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필승조 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G 정우영 [포토]
LG 정우영. 2019.4.14 잠실|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그리고 변화가 일어난 첫 날부터 청신호를 밝혔다. 6이닝을 소화한 에이스 타일러 윌슨의 승리도 모처럼 지켰다. 7회 등판한 진해수가 무사 1, 2루 위기를 막아냈고 8회에 올라온 정우영은 김하성, 박병호, 제리 샌즈 막강 키움 타선을 삼자범퇴로 압도했다. 특히 정우영은 3월에 140㎞ 초반대에 불과했던 구속이 최근 145㎞까지 상승했다. 무브먼트도 최상급인 그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이 보다 강렬하게 춤을 추면서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고우석도 구속을 끌어올렸다. 제2의 오승환이란 2017년 입단 당시 기대에 부응하듯 꾸준히 150㎞ 이상의 직구를 뿌리고 있다. 지난 20일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로 2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고우석은 당시 최고 구속 155㎞를 찍었다. 이날도 고우석은 오승환을 연상케하는 돌직구를 힘차게 뿌렸다. 첫 타자 장영석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김규민, 이지영, 송성문을 힘으로 압도하며 개인 통산 첫 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LG는 계산이 서지 않는 불펜진으로 인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야구를 했다. 정찬헌 홀로 고군분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매 경기 셋업맨이 바뀌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정찬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정찬헌이 무리해서 8회부터 등판하지 않아도 되고 정찬헌이 이탈했음에도 이날 정우영과 고우석 두 젊은 피가 든든하게 뒷문을 책임졌다.

경기 후 고우석은 “먼저 찬헌이형이 아픈 게 안타깝다. 찬헌이형이 돌아오기 전까지 마무리 자리를 잘 지키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경기 전에 최일언 코치님이 장난스럽게 ‘너는 아무 생각없이 던진다. 그러니까 이제 너가 9회에 나간다’고 하셨다. 농담인가 싶었는데 경헌호 코치님께서 ‘9회에 맞춰서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진짜 내가 마무리를 하는 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1점차였으면 좀 타이트했을 텐데 2점차에서 올라와서 좀 더 편하게 던진 것 같다. 찬헌이형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임무에 충실하겠다. 코치님 조언대로 너무 잘 하려고 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 모습만 보여주고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세이브 상황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5-3 승리로 LG는 이번주를 4승 2패 호성적으로 마쳤다. 덧붙여 정찬헌 이탈에 따른 불안요소도 어느 정도 해소한 가운데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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