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터너...매서운 눈으로 [포토]
KIA 터너가 23일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팀훈련에 임하고 있다. 2019.2.23 오키나와|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KIA 제이콥 터너(28)는 가진 게 많은 투수다. 196㎝ 장신의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 구종도 다양하다. 땅볼을 유도하기 용이한 무빙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구사한다. 2009년 메이저리그(ML)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디트로이트에 입단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KBO리그에 입성하는 과정도 비슷했다. 헥터 노에시를 대신할 특급 선발투수를 찾던 KIA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로 상한선 100만 달러를 모두 보장하며 터너를 데려왔다. KIA는 터너가 양현종과 함께 특급 원투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터너는 ML에 이어 KBO리그서도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투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ML 입단시 팀의 에이스였던 저스틴 벌렌더를 따라 빅리그 성공을 응시했던 그는 끝내 수준급 투수로 올라서지 못했다. 현지언론은 터너의 빅리그 실패를 두고 디트로이트가 터너에 대한 확신이 너무 컸고 서둘러 빅리그 무대에 올린 게 화근이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마이너리그를 거치며 습득해야 하는 투수로서 기본기와 멘탈, 그리고 자신의 투구에 대한 철학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터너는 입단 2년차인 만 20세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그리고 만 22세였던 2013시즌에 빅리그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해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그리고 터너는 늘 같은 벽에 부딪혔다. 불안한 제구력으로 볼넷이 많았고 자신의 구종을 살릴 수 있는 볼배합을 찾지 못했다. 늘 너무 쉽게 장타를 허용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력도 부족했다.

지금까지 모습만 놓고 보면 ML보다 수준이 낮은 KBO리그서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터너의 구위를 인정하지만 그 구위를 살리지 못한다. 너무 쉽게 마운드 위에서 흔들린다. 24일 잠실 LG전서도 터너는 1회말 수비 실책 후 제구가 무너졌다. 오지환의 1루 땅볼성 타구에 내야진이 실책을 범하자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곧바로 볼넷을 범했다. 그리고 2회말에는 단조로운 볼배합을 고집하다가 4실점했다. 순식간에 0-6이 됐고 터너와 KIA 모두 허무하게 백기를 들었다. 이날도 터너는 최고 구속 152㎞를 기록했으나 6경기째 승리없이 3패째를 당했다.

외국인투수들이 KBO리그를 선호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마이너리그보다 10배 가량 많은 연봉은 물론 선발 로테이션의 기둥 구실을 하는 만큼 꾸준한 등판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원정시 이동도 편하고 타국이지만 문화에 적응만 하면 가족들과 살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단순히 연봉만 보고 와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한다. 더스틴 니퍼트나 메릴 켈리처럼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서려면 미국 시절보다 몇 단계 나은 투수로 성장해야 한다. 한국이 프로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에이스의 책임감을 갖고 시즌을 치러야 코리안 드림을 향한 길이 열린다. 터너에게 필요한 것은 연패에 빠진 팀 상황만큼이나 간절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다. 켈리가 KBO리그를 거쳐 선발투수로 완성된 원인도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파악하고 팀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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