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포토]
박지수. 2019.4.25 압구정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만족은 없다. ‘국보센터’ 박지수(21)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누구보다 바쁜 3년을 다짐했다. 소속팀 국민은행을 정상에 올려놓은 박지수는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까지 여자농구의 부흥을 약속하며 각오를 다졌다. 국보를 넘어 세계 무대에 한국농구를 알리는 역할을 강조한 박지수는 미국 출국을 앞두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비시즌은 일찌감치 끝났다. 지난달 국민은행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박지수는 4월부터 서울 압구정동 퀀텀 트레이닝에서 기량 향상을 꾀하고 있다. 오전에는 스킬 트레이닝,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다음달 1일 미국으로 출국해 WNBA 소속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 합류한다. 지난해 5월부터 WNBA,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8~2019 WKBL 시즌까지 험난한 일정이 쉴틈없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박지수에 대한 걱정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선수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 구단이 선수의 의지를 꺾을 생각은 없다”며 “그래도 지난해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당시와는 다를 것”이라고 박지수의 WNBA 활약을 응원했다.

◇레임비어 감독 지도 받은 WNBA 첫 시즌, 선수들 기량보다 자세에 큰 자극

국민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지난해 이맘 때 박지수는 아무 준비도 없이 WNBA 무대에 입성했다. WNBA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지도 않았으나 드래프트에서 지명됐고 순식간에 라스베이거스 소속으로 세계 최고 무대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박지수는 “미국에 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선수들의 태도였다. 훈련하는 모습부터 정말 치열했다. 언제든 방출이나 트레이드될 수 있기 때문에 절실하게 농구하더라”며 “기량도 놀랐지만 선수들의 자세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정말 편하게 농구했다’는 생각도 했다.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저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고 자극도 많이 됐다”고 지난해 WNBA에서 보낸 4개월을 회상했다.

세계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며 얻은 것도 많다. 현역시절 NBA(미국프로농구) 디트로이트의 명센터로 활약했던 빌 레임비어 감독과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것은 박지수에게 큰 수확이었다. 레임비어는 과거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스의 리더로 활약하며 두 차례 NBA 우승을 달성했다. 211㎝의 거구이자 마이클 조던을 땅으로 내리 꽂는 거친 수비, 그리고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코트를 휘저었다. 박지수는 “레임비어 감독님의 현역시절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악동이었고 굉장히 거칠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정말 인자하시고 장난도 많이 치신다. 내가 외국인선수인 것을 알고나서 항상 먼저 다가와주셨다”며 “라스베이거스에서 나는 백업멤버다. 실수 하나에도 주눅이 들기 쉬운 위치인데 레임비어 감독님은 늘 적극성을 강조하셨다. 공격하다가 오펜스파울을 범해도 박수치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백업이지만 여러가지 역할을 주시면서 다양한 플레이를 주문하셨다. 시즌 종료 후 면담시간에도 공격적으로 하는 것, 그리고 영어공부 두 가지 과제를 내주셨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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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2019.4.25 압구정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신장과 스피드 겸비, 포스트업 기술까지 팔방미인 바라봐

2018~2019시즌 박지수는 WNBA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선수가 됐다. 현대농구가 요구하는 다재다능한 센터를 향해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박지수는 “국민은행 입단 1년차부터 안덕수 감독님께서 정말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덕분에 스피드를 살릴 수 있게 됐고 미국도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즌에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뛰면서 빠른 농구의 위력을 확실히 체감했다. 쏜튼 선수와 함께 속공을 하면 정말 쉽게 득점이 이뤄졌다. 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빠른 농구가 대세가 됐다. 옛날처럼 센터라고 골밑에만 있는 시대는 완전히 지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지수의 최대장점은 기동력이다. 198㎝ 장신에 현란하게 코트를 가로지르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외국인선수와 매치업시 돌파로 해결하는 민첩성과 기술을 보유했다. 박지수가 한국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 센터가 될 수 있는 여유도 여기에 있다. 박지수는 “솔직히 나는 포스트업(수비를 등지고 하는 공격)보다 페이스업(수비를 정면으로 두고 하는 공격)이 편하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부터 포스트업도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안정적으로 볼을 지키는 법부터 피벗까지 스킬 트레이닝을 통해 연마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스위치(스크린 등으로 인해 전담 수비수가 바뀌는 상황) 상황도 더 훈련해야 한다. 그래도 지난해 미국에서 뛴 게 많이 도움이 됐다. 예전에는 가드들과 매치업되면 한 번에 뚫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워낙 빠른 선수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이제는 몸이 자연스레 따라간다”고 수비서도 민첩성을 살려 활약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WNBA 경험을 통해 현대농구의 대세로 자리잡은 팔방미인 센터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박지수다.

◇국민은행 왕조와 도쿄올림픽, 3년 대장정 해피엔딩 바라봐

박지수는 지난달 국민은행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직후 국민은행 왕조를 건설할 것을 다짐했다. 당시 박지수는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위에서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들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정상을 지켜보고 싶다. 우리은행처럼 길게 우승하는 게 다음 목표”라며 박지수 시대의 시작을 직접 선언했다. 다가오는 WNBA 시즌에 대해선 “레임비어 감독님이 슈팅 메커니즘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다음 WNBA 시즌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내외곽을 누비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난해에는 겉도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보다 공격적으로 뛰면서 지난해보다 내 영역을 확장해보겠다. 다음달 5일부터 트레이닝 캠프가 열리고 바로 엔트리 경쟁에 들어간다. 경쟁서 살아남아 제대로 시즌을 치러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궁극적 목표는 세계무대다. 박지수에게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해 묻자 “이번 올림픽이 한국 여자농구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여자배구가 런던올림픽부터 성적을 내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결국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인기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예선전 일정이 험난하지만 하나하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예선 3라운드가 2019~2020 WKBL 시즌 중에 열린다. 꼭 도쿄행 티켓을 확보할 것”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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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2019.4.25 압구정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가장 애착가는 국보센터 별명, 부담 느끼고 힘들지만 나는 행운아

마지막으로 박지수에게 국보센터라는 별명에 대해, 그리고 이렇게 쉴틈없이 일정을 소화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다. 박지수는 “지금까지 몇가지 별명이 있었는데 국보라는 별명이 가장 애착이 간다. 국보센터라는 수식어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며 “물론 부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덧 부담이라는 두 글자가 내게는 친구와 같은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내가 이겨내고 극복하면 되는 일”이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정을 두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안다. 물론 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농구선수 중 마냥 쉬는 사람은 없다. 우리 국민은행 선수들도 지금 휴가기간이지만 다들 농구를 하고 있다. 나는 같은 기간 미국이라는 최고 무대에서 더 강하게 붙어볼 수 있는 기회와 행운을 얻었다. 바쁜 일정 잘 소화하고 오겠다”고 미소지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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