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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FC서울 경기를 취재갔는데 최용수 감독이 사전 인터뷰에서 이런 얘길 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황선홍 감독, 윤정환 감독 등이 전부 K리그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최 감독은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2016년 여름 국내 무대를 떠날 때도 화제의 중심에 놓였으나 K리그 복귀 뒤엔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 해설위원을 하면서 인기까지 갖추다보니 그의 한마디가 K리그의 이슈가 되고 서울을 넘어 프로축구 전체의 흥행성을 더한다. 예능까지 출연하는 등 보폭도 넓어졌다. “축구인은 축구(감독)만 잘 하면 돼”라는 말을 최 감독이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스타 기질을 톡톡 쏟아내며 K리그 붐업의 촉매가 돼주니 고마운 일이다.
한편으론 최 감독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와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중심으로 한국 축구의 중흥기를 이끌어냈던 스타들이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른 K리그 감독들도 훌륭하다. 김도훈 울산 감독이나 남기일 성남 감독 등이 연출하는 스토리도 올해 K리그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엔 30~40대 스타들이 K리그판에 더 뛰어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최 감독의 발언도 아마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 김병지, 송종국…. 꼭 지도자가 아니어도 한국 축구의 중심 어딘가에 이들이 있다면 지금 A매치 ‘완판’ 행진 및 K리그의 새 전성기를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할 재료가 될 것 같다. 황선홍, 신태용, 서정원, 유상철, 김태영…. 다시 국내 구단 감독직으로 복귀한다면 감독간 지략 대결, 이들이 쏟아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 명의 관중이라도 더 빨리 모으게 할 촉매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해봤다. 실제로 요즘 축구계엔 이런 견해에 동의하는 시각이 많다. 태극마크를 달며 많은 박수 받았던 이들이 상당수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 현역 때 축구를 잘했다고 관련 요직에 들어가는 것은 난센스다. 이들에게 무임승차를 허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축구로 사랑 받았던 이들이 너무 많이 그늘 속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와 명예를 얻은 스타들 입장에선 지도자든 행정가든 축구로 새 삶을 펼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쌓아놓은 것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장면을 적지 않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코치 없이 바로 감독을 맡고 싶어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거꾸로 이들을 쓰려는 구단 혹은 조직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현장과 행정이 같이 가야하는데 현장의 목소리가 강한 스타 출신이 조직에 오는 것을 꺼리는 행태다.
한국 축구가 각광받는 시대가 모처럼 도래했다.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한 합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타들이 현장에 더 있다면 팬심도 더 끌어모을 수 있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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