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 내가 끝냈다 [포토]
두산 허경민이 7일 잠실에서 열린 KIA전 9회 끝내기 안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두산 허경민(29)이 팀 뿐만 아니라 박건우와 함덕주(24)를 모두 살렸다.

허경민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에서 천금의 끝내기 중전 적시타로 팀 5연승을 이끌었다. 8회말 박건우가 타격과 주루로 결승점을 뽑는듯 했지만 마무리 함덕주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허무하게 동점을 내준 것을 모두 만회하는 의미있는 한 방이었다. 허경민 개인으로도 생애 첫 끝내기 안타(시즌 16호, 통산 1101호)라 더 의미가 컸다.

2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김경호가 빗맞은 3루수 앞 땅볼을 쳤는데, 3루 수비에 익숙하지 않은 박찬호가 1루에 악송구를 해 2루 기회를 만들어줬다. 허경민은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세현이 던진 바깥쪽 빠른 공을 받아쳐 투수를 스치듯 빠져나가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김경호가 이를 악물고 홈을 파고 들었고 KIA 중견수 이창진이 최선을 다해 송구했지만 미치지 못했다. 천금의 결승타로 두산은 지난달 26일부터 홈 7연승, 지난 2일 대전 한화전부터 5연승 휘파람을 불며 공동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앞선 네 타석에서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불운을 겪던 허경민은 마지막 타석에서 천금의 안타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야구 격언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내 뒤에 페르난데스라는 좋은 타자가 있어서 상대가 승부할 것 같았다. 자신있게 스윙한 게 안타로 연결됐다”며 활짝 웃었다.

박건우, 득점 성공![포토]
두산 박건우가 7일 잠실에서 열린 KIA전 2-2로 맞선 8회 김재호의 희생타로 홈을 밟은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허경민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기 전까지는 3번타자 중견수로 나선 박건우가 가장 빛났다. 박건우는 2-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초구를 공략해 중월 3루타를 때려냈다. 이날까지 초구 타격시 23타수 8안타 타율 0.348로 ‘초구의 사나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한 때 두산에서 빠른 공에 가장 강한 타자라는 평가가 잇따르자 과김히 리드오프로 기용되기도 했다. 투수가 1회 초구로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경우가 많으니 확률상 초구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타격하면 안타를 때려낼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 깔린 기용이었다.

실제로 박건우는 리드오프로도 쏠쏠한 활약을 하며 두산 외야진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다만 리드오프가 초구에 배트를 휘둘러 아웃이든 안타든 결과를 만들어내니 2번타자가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대 투수가 처음보는 투수라면 투구 정보가 쌓이기 전에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꽤 잦았다. 박건우가 3번타순으로 자리를 옮긴 이면에 숨은 사연이다.

이날도 ‘초구 본능’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신인 2차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4순위 고졸(인창고) 신인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강이준(21)이 생애 첫 1군 등판을 선발로 나섰다. 박건우는 1회말 2사 후 강이준이 던진 초구를 밀어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지난 3일 잠실 LG전부터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타격감을 과시하는 듯한 스윙이었다. 선취점의 발판이 된 4회말 좌전안타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완성한 박건우는 2-2로 맞선 8회말 다시 한 번 선두타자로 나서 ‘초구 사랑’을 확인했다. 박건우는 “타격밸런스가 나쁘지 않아 공격적으로 자신있게 초구부터 내 스윙을 하자고 마음먹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9회초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승회는 공 1개를 던지고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공 1개를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것은 KBO리그 역대 22번째 진기록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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