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KIA전 지켜보는 김성근 감독
6일 잠실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LG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야신’ 김성근 감독(고양원더스)의 눈에 비친 국내 프로야구 현실은 어떨까.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일일 해설가로 변신한 김 감독은 특유의 촌철살인을 곁들여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국내 야구계에서 유일하게 쓴소리 하는 어른으로 추앙받는 김 감독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와 KIA전을 통해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프로야구에 직격탄을 쏟아냈다.

◇프로는 기술향상이 우선 돈에 얽매이지 말아야
이날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프로는 기술 향상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구단은 선수단 운영 시스템을, 선수들은 개인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정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그 현실에 안주한다. 돈에 얽매여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KIA 이대형이 1루에서 도루 타이밍에 문제점이 나온다면 투수를 포함한 상대 배터리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 의식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형이 6회 1사 1루에서 견제구에 걸려 횡사했을 때 오히려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기술향상은 구단의 의식개선도 포함된다. SK감독 시절 한 해 병원비로 7000~8000만원을 썼다는 김 감독은 “수 억원짜리 선수 한 명을 어떻게든 살려서 끌고 가려는 것인데, 구단에서는 싫어한다. 200억원을 쓰는 구단이 돈을 어떻게 값어치 있게 쓸 것인지 보다 짜여진 예산안에서 하던대로 흘러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겨울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던 LG를 보며 “지난해 베테랑들이 분전해 200%의 기량을 발휘했다. 몇 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는데, 구단과 선수단 모두 그 성적에 안주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는데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난했다.

[SS포토] LG 양상문 감독, 요즘 은성이 뜨더라~
[스포츠서울] LG 양상문 감독이 1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채은성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기량 부족하면 자르기 급급 기다릴줄 모른다
심판 문제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2007년 SK 사령탑에 부임했을 때 심판진이 젊어진 것을 보고 최대한 어필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수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오심이 많다, 비디오판독을 도입해야 한다 여론이 시끄러운데, 심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는지 묻고 싶다. 실수가 많으면 잘라버린다는 의식 속에 어떤 구성원이 배짱 편하게 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전날 4회말 LG 김용의의 타구를 처리하던 KIA 1루수 김주찬이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책 판정을 받았다. 김성철 1루심은 “솔직히 긴가민가 했다. 순간적으로 베이스 옆에 발자국이 있어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열심히 움직였지만, 홈으로 송구하기 위해 턴하면서 발끝으로 베이스를 스친 장면을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이라 판정을 내린 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초고속 카메라에 의존해 심판판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심판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단 관리도 마찬가지다. 각 구단은 “선수가 없다”면서도 “1, 2년이면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년 10명 내외의 신인을 선발하고, 상당 수의 신고선수를 영입하는데, 그만큼 정리하는 선수들도 있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빛을 보기 시작한 넥센 서건창, LG 채은성 등이 대표적인 육성형 선수. 옥석을 가릴 능력이 부족하면, 머리를 싸매고 선수가 가진 1%의 기량을 끌어 올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 그는 “원더스에서는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는 선수라면 24시간 스윙훈련을 해서라도 기량을 끌어 올린다. 기량이 떨어진다고 잘라버리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선수난 운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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