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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운동 선수들에게는 현역 동안 ‘생애 최고의 해(Career Year)’를 보내는 시즌이 있다. 슈퍼스타들은 자주 있고 명예의 전당에 가입되는 레전더리들은 꾸준히 오랫동안 최고의 시즌을 유지한다.
올 시즌 ‘1회의 사나이’가 된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 생애 최고의 해였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의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당시 154경기에 출장해 107득점, 볼넷 112개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테이블세터로 자리매김했다. 출루율 0.423, 장타율 0.462, OPS 0.885로 역대 최고의 기록을 작성했다. 비록 MVP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내셔널리그 투표에서 12위에 랭크돼 이 역시 최고였다. MLB 15년 경력에 MVP 투표에서 득표한 경우는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4위)와 2013년이 유이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FA를 앞둔 2001년 LA 다저스 때가 생애 최고였다. 성적으로는 2000년 18승10패 방어율 3.27이 조금 낫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2001년 MLB 최다 35경기에 선발 등판해 234이닝, 삼진 218개 등으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성적도 15승11패 방어율 3.50으로 좋았다. 시즌 후 텍사스는 박찬호에게 65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에이스로 영입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FA 효과’는 누렸다. MLB 사상 최초로 양 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고 스파키 앤더슨 감독은 “엔트리 25명이 시즌 후 FA가 된다면 나는 성적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FA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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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PNC 파크에서 6이닝 동안 10안타를 허용하면서 2실점으로 시즌 7승을 챙긴 류현진에게 2019시즌은 분명 생애 최고의 해다. 연속 14승을 거둔 2013, 2014시즌보다 월등하다. 반환점이 아직도 먼 상태에서 7승1패에 메이저리그 방어율 1위(1.65)를 기록하고 있다. 투구이닝은 선발 10차례 등판에서 65.1이닝으로 경기당 6.2이닝 꼴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프로젝트 넘버가 203.1이닝이 된다. 물론 시즌의 3분의 1 정도를 소화한 상태에서 프로젝트 넘버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수치다. 그는 2013년 데뷔 때 192이닝 투구 외에는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더구나 200이닝은 상징적이다. 지난 시즌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는 MLB 전체를 따져도 13명에 불과하다. 모두 팀의 에이스들이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탬파베이 레이스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은 180.2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이 올해 여느해보다 두드러진 시즌을 보내는 이유는 제구의 힘이다. 제구에 자신감까지 붙으면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꽂고 있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 KCAL의 릭 먼데이 해설자는 “류현진은 어떤 볼을 던지든 똑같은 폼, 똑같은 팔의 위치, 똑같은 팔 스피드로 투구를 하고 있다. 타자들이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투수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투수들은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팔의 스피드와 위치가 다르다. 상대는 이 약점을 파고 든다. 올해 류현진이 직구 평균 스피드 144㎞(90마일)를 유지하면서도 MLB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는 절대적인 힘이다.
또 하나 생애 최고의 시즌 때는 동료들의 도움과 운도 받쳐준다. 7승을 따낸 피츠버그전에서 우익수 코디 벨린저는 적시 2타점에 호수비로 다시 한 번 도우미 구실을 했다. 3-2로 앞선 4회말 무사 2, 3루에서 추가점을 뽑지 못한 피츠버그의 무기력한 공격력도 류현진의 조기 강판을 막아준 셈이 됐다. 현재 모든 것이 류현진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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