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김형규(왼쪽)가 지난달 2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9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91kg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산자르 뚜르스노프에게 판정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아시아복싱연맹(ASBC)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던 복싱이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지만 혼란은 거듭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제복싱협회(AIBA)의 올림픽 복싱 주관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IOC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복싱을 유지하기로 했다. AIBA는 최근 몇 년간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받았다. IOC의 개혁 요구에도 지난해 10월 마약 범죄자 출신의 가푸르 라히모프 회장을 추대하는 등 어긋난 행보를 거듭했다. 결국 IOC는 AIBA 주관으로 열리는 도쿄올림픽 예선전 진행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라히모프 회장이 물러났지만 IOC는 여전히 그의 비호 세력이 AIBA에 존재한다고 보고 임원진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AIBA는 굽히지 않고 맞섰다. IOC는 올림픽에서 복싱을 살려두면서도 73년 만에 A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 타이틀은 박탈했다. 한 복싱 관계자는 “가뜩이나 빚이 많은 AIBA가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 자격을 잃으면서 잉여금 등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재정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에 앞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AIBA는 IOC로부터 100억 원에 가까운 잉여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OC 집행위는 내달 24~26일 로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AIBA 징계건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AIBA가 대개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별다른 반전이 없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IOC는 내년 1~5월께 자체적으로 체급별 올림픽 예선전을 치르기로 잠정 합의했다. 와타나베 모리나리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이 중심이 돼 태스크포스를 꾸린다. 예선 운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990년대 방식이 유력하다. 당시 IOC는 1~3차 예선을 통해 체급별 쿼터를 배분했다. 최희국 대한복싱협회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1~3차로 할지, 아니면 한 번으로 예선을 끝낼지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 복싱의 올림픽 본선 티켓은 AIBA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일부 쿼터를 할애하고 올림픽 3~4개월 전 대륙별 예선 등을 거쳤다.

당장 복싱협회는 IOC가 내놓는 예선 일정에 따라 대표팀 운영 방식도 새롭게 해야 한다. 협회는 당초 하반기에 국가대표 6차 선발전을 한 뒤 내년 1월 최종 선발전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IOC에서 1월부터 올림픽 예선을 진행하면 올해 안에는 최종 선발전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오는 10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등 AIBA 주관 대회와 시기가 겹쳐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AIBA 징계로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 세계선수권 비중을 낮추고 일찌감치 대표팀을 꾸려 올림픽 체제로 돌아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메리트가 없어진 대회이긴 하나 세계선수권은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 나갈까 말까 한 대회”라며 “우선 기존 계획대로 세계선수권 출전을 하는 쪽으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IOC가 내놓는 일정을 보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