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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티히=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막내라지만 클래스가 달랐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18·발렌시아)이 발군의 활약으로 현지 언론의 눈길까지 사로잡아버렸다.

이강인은 29일 폴란드 티히의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1-0 승리로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폴란드 기자들의 질문을 연이어 받았다. 이강인이 등장하기 전 폴란드의 축구전문매체 키엘레키풋볼의 자렉 크룩 기자는 “이강인을 인터뷰 하고 싶다. 영어로 몇 마디 번역을 해줄 수 있나”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강인을 잘 안다. 오늘 일부러 이강인을 보기 위해 왔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F조에서는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특별한 선수라 꼭 보고 싶었다. 실제로 보니 역시 뛰어나다. 두 살 어린 것으로 아는데 오늘 가장 눈에 띄었다. 오길 잘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강인은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뛰어난 공 소유, 탈압박 능력을 선보였다. 남아공 선수들은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한 명 이상이 붙어 집중마크 했지만 이강인은 웬만해서는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폭우가 쏟아져 피치 상황이 나빴지만 기본기가 워낙 탄탄해 잡은 공은 대부분 동료들에게 원만하게 연결했다. 방향을 전환하는 롱패스의 정확도도 좋았다.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몇 차례 남아공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남다른 시야와 창의성으로 한국 공격의 핵심 구실을 했다. 지난 포르투갈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 축구 관계자는 “이강인은 클래스가 다른 것 같다. 두 살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선수다. 이 정도로 잘하는 줄은 몰랐다”라며 감탄했다.

알려진 대로 이강인은 우여곡절 끝에 정정용호에 합류했다. 시즌 중이라 발렌시아 구단 측에 차출 허락을 받아야 했다. 정정용 감독이 직접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 관계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결국 발렌시아는 시즌 막판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강인을 다시 호출할 수도 있다는 전제조건을 내건 후에야 차출에 응했다. 정 감독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강인을 데려오고 싶다”라고 말한 이유가 두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이강인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크룩 기자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그의 말을 녹음해가며 유심히 들었다. 그러다 기자에게 예고한 대로 질문 번역을 부탁했다. 그런데 내용이 흥미로웠다. 경기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는 ‘폴란드 경기장은 어떤가’, ‘폴란드는 어떤 나라 같은가’, ‘좋아하는 폴란드 선수는 없나’, ‘롤모델은 누구인가’ 등 경기 외적인 궁금증을 표현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나 연예인들에게 종종 던져지는 질문이다. 국내 취재진들도 유명인사가 방한했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것들에 대한 느낌을 묻곤한다. 과거에는 박지성이나 김연아에 대한 질문이 대세였고 최근에는 BTS 같은 한류 스타들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폴란드 기자에게도 이강인의 눈에 비친 폴란드의 모습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이강인은 예상 밖의 물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했다. “경기하기에 좋은 경기장이다”, “폴란드 선수 중에서는 레반도프스키를 안다”, “롤모델은 없지만 발렌시아에서 많은 선수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한다”는 등 차분한 답변이 이어졌다.

한편 이강인은 남아공전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것보다 이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이렇게 비가 온 게 나중에 생각날 것 같다. 잊지 못할 경기를 한 것 같다. 열심히 뛰었고 이겼다. 기쁜 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많이 뛰면 힘들기는 하지만 회복을 잘하겠다. 치료를 잘해주시고 배려도 잘해주신다. 다음 경기에 몸 상태를 100%로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오늘 경기는 끝났으니 잊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서 반드시 이기겠다”라며 아르헨티나와의 3차전에서도 승리해 16강 이상을 노려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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