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녀라 - 미래 예측 능력을 갖춰라 - 내가 더 손해 보겠다는 자세로 협상하라
남민우 회장 인터뷰
왼쪽부터 아토큐브 한상택 대표, 카이퍼랩 김정근 대표,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 테크블랙홀 김진수 대표, 에이아이시스템즈 조장우 대표.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m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창업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입니다. 성경 구절에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있어요. 저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이만큼 성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껏 닥친 네 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집니다. 인생도, 사업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성공과 가까워집니다.”(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IT업계에서 ‘4전5기’ 신화를 쓴 벤처 1세대 남민우(57) 다산네트웍스 회장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다. 남 회장은 지난 3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조장우 에이아이시스템즈 대표, 김진수 테크블랙홀 대표, 한상택 아토큐브 대표, 김정근 카이퍼랩 대표에게 “오늘의 만남에서 다른 건 다 잊어도 단 한 가지만 가슴에 새기라”며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성공신화’ 환상에서 벗어나 ‘무위자연’ 노자의 삶을 따르기까지

남 회장은 1993년 다산네트웍스의 전신 다산기연을 설립했다. ‘다산’이라는 사명은 정약용의 호를 빌었다. 그는 국내 최초로 라우터(네트워크 연결 장치)를 개발해 대한민국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세계를 재패하는데 기여했다. 남 회장이 이끄는 다산네트웍스의 계열사 다산솔루션즈, 다산네트웍솔루션즈, 키마일, 다산벤처스 등 10여개 사와 다산프랑스 등 해외법인에서 나오는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3400억원이다.

그가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수장이 되기까지 순탄한 삶만을 산 것은 아니었다.

남 회장은 서울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번듯한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후 입사한 중소기업에서도 비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 종자돈 3000만원을 빌려 창업에 도전했고, 통신장비를 개발해 팔러 다니며 창업 첫 해에 빚을 청산했다.

창업 4년차,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당시 주변의 벤처회사들이 대부분 쓰러졌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2001년 IT버블이 꺼졌던 시절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2004년 수익성이 악화돼 지멘스에 지분을 넘겼을 때는 극한의 위기였다. 사세가 기울어 경영이 악화되자 회사를 지멘스에 넘겨주었다가 지멘스를 인수한 노키아로부터 경영권을 재인수하는 드라마 같은 일도 겪었다.

실패와 좌절은 쓰디썼지만 교훈은 컸다. 그는 마지막으로 겪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맷집으로 버텨내며 내적으로 더욱 강하고 단단해졌다고 회상했다.

남 회장이 어려움을 이겨낸 저력은 그의 인생철학에 있었다. 그는 ‘무위자연’을 외치던 노자의 삶을 존경한다며 ‘도덕경’ 중 한 구절을 읊었다.

“평범한 사람은 사소한 총애와 모욕에 놀라지만 사물에 정통한 사람은 도리어 이를 경계한다는 ‘총욕약경(寵辱若驚)’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았습니다.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의 씨앗이 숨어 있고, 나쁜 일을 극복하다 보면 좋은 씨앗이 뿌려진다는 사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기회를 만나면 곧 위기가 닥치니 이를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그는 좋은 일이 생기든, 나쁜 일이 생기든 똑같이 긴장하는 프로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회사의 매출이 올라갈 때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혹시 터질지 모를 품질 사고에 대비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는 ‘이 위기를 극복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 날개를 달겠구나’라고 되새기며 절치부심했다.

남 회장은“결국은 삶에 대한 자세, 사람에 대한 자세, 사업에 대한 자세는 일맥상통하고 온전히 바르고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온다”며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사심 없이 재밌게 일하는 것이 남들과 다른 1%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초년 성공’ 바라지 말고 ‘계산기 법칙’ 기억해야

그의 말대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면 이 세상에 실패자가 없을 터. 하지만 그는 “일을 즐기는 마인드와 함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론은 “세상은 ‘49대 51의 법칙’이 존재하기에 그동안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 회장에 따르면 사업가는 결정하는 사람이다. 지금 투자를 해야 할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와 손을 잡아야 할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지 등 수많은 갈림길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했다면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 상대와의 협상에선 유리한 방향으로 조건을 제시하지만 계산기는 뒷주머니에 넣어둔다. 그가 말하는 둘째 성공법 ‘계산기 법칙’이다.

그는 “인생은 항상 내가 손해 본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며 “1달러가 아까워 절절매다 상대의 제안을 거절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업이란 필시 이윤을 남기는 것인데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거래에 임하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의 숱한 고수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삶의 지혜다. 대신 이를 악용하는 사람은 필히 피해야 한다.

남 회장은 또 “초년 성공, 중년 상처, 말년 빈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법칙을 배우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격식, 체면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주어진 자리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지구에 소풍 나온 사람이 할 일이다”고 철학적 경영인의 면모를 보였다.

남민우 회장은 공자 보다는 장자를, 장자 보다는 노자를 선호한다. 그는 성공에 대한 강박을 떨쳐냈으며 정신이 맑고 소탈한 기업인이라 불릴만하다.

그는 창업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남 회장은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창업가를 지원하는 것에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분야의 어떤 복지제도보다 효율적이다”며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많은 정책·자금적 지원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요즘 대학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에 매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학 4년간 공부한 것보다 창업을 해서 사업체를 1년간 운영해 본 사람이 더욱 일 잘하는 것을 알기에 창업가 프리미엄을 줘 채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남민우 회장의 스타트업 멘토링
조장우
에이아이시스템즈 조장우 대표.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질문 1. 조장우 에이아이시스템즈 대표 :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들은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등 글로벌 기업 역시 미래 먹거리를 위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다산네트웍스 역시 벤처캐피탈 다산벤처스를 운영 중인데 대표로서 스타트업들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민우 회장 : 스타트업의 경영환경은 열악하다. 때문에 협업이 필수다. 창업가들은 망하지 않기 위해 내가 가고 싶은 길보다는 시장이 원하는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업을 통해 모두가 위너가 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는다’이다. 실패한 사람의 안 되는 이유는 수 백 가지, 성공한 사람의 잘된 이유는 한가지로 압축된다. 위너와 루저, 프로와 아마추어는 실력과 실행력, 태도와 자세로 갈린다. 습관적으로 남을 탓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일을 잘되게 하려면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창업가들이 사업을 접으면서 흔히들 하는 멘트가 “나는 돈이 없어서 돈을 못 벌었어”다. 사업계획과 아이디어는 훌륭한데 자금이 충분치 않아서 망했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자동차 기름에 비유하자면 사업에 대한 열정, 아이디어, 실행력은 휘발유이고 사업자금은 윤활유다. 자금 결핍을 탓하는 창업가들은 만약 거액의 돈이 생기더라도 위기가 닥치면 휘청거릴 것이라고 본다.

김진수
테크블랙홀 김진수 대표. 다산네트웍스 본사.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질문 2. 김진수 테크블랙홀 대표 : 대학 때 창업에 도전해 10년 간 9번 망하고 10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굴곡을 경험하며 내공을 쌓아 이젠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모든 일을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사업을 하며 생기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소하나.

남민우 회장 : 처음부터 고생스럽게 사업을 키워온 사람은 상대적으로 망할 확률이 적다. 9번 실패를 경험하도고 다시 도전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을 김 대표는 이제 성공할 때가 됐다.

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무의식의 세계에 스트레스를 쌓지 않는 것이다. 2004년 지멘스에 회사 지분을 넘기고 다음날 감기몸살이 와서 일주일 간 출근을 못했던 적이 있다. ‘내가 여기서 협상을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덤볐다가 문제가 해결되니 신체의 모든 면역 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웃음뿐이다. 경박할 정도의 호탕한 웃음 말이다. 내공이 높고 자신감이 가득차야만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실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조차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잠식하는 슬픔·우울·시기·질투 등 나쁜 감정들이 마음을 갉아먹지 않게 방어해야 한다.

한상택
아토큐브 한상택 대표.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질문 3. 한상택 아토큐브 대표 :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했는데 마인드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남민우 회장 :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망하지 않는 경영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죽기 살기로 버텨냈다. 그러다가 1997년 처음 위기를 겪으면서 사고방식이 변했다.

뒤돌아보니 위험을 피하기 위해 너무 몸 사리며 살았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자면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까봐 국도든 고속도로든 상관없이 30킬로그램으로 다녔다. 그런데도 덤프트럭이 와서 들이받은 것이다.

리스크 없는 사업은 없다. 사업가는 기업에 닥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낮추는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죽음이 두려워 100킬로그램으로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에서 60킬로그램으로 달리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베팅도 해야 한다.

김정근
카이퍼랩 김정근 대표.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질문 4. 김정근 카이퍼랩 대표 : 회사의 대표는 A부터 Z까지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남 회장만의 원칙이 있다면.

남민우 회장 : 누구든, 어떤 일이든 정답을 맞출 확률은 50대 50이다. 정보력을 토대로 51대 49의 확률을 만들어야 한다. 혹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면 우기지 말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유연하게 수정하면서 대처해야 한다.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은 자존심이 제로인 사람이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결정을 내렸다가 아닌 것 같으면 방향을 틀 줄 아는 것. 뛰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골이 들어갈 수 있게 완벽한 각도로 패스하기 보단 정확하지 않더라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패스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틀린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결정을 미룬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 사업가가 가장 나쁘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 다산네트웍스 본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프로필> 남민우 회장은?

-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 1983~1991년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연구원

- 1991년 코리아레디시스템 창업

- 1993년 다산기연(다산네트웍스 전신 법인) 창업

- 2000년 다산네트웍스 코스닥 등록

- 2011~2015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 2012~2015년 벤처기업협회 회장

- 2015~2018년 제2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 2018~현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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