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101010008371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의도를 간파하면 예측 또한 쉽다. 사태를 관통하는 논리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파편화된 정보를 한데 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금세 알 수 있다. 체육개혁을 이끌고 있는 스포츠혁신위원회(위원장 문경란)가 잇따른 권고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그 최종 귀착지가 궁금하다. 3년 전,체육단체 통합이후 단행된 잇따른 체육정책을 종합해보면 그 전제와 흐름은 간단 명료하다. 대한민국 체육은 썩어 빠졌고 따라서 기존 체육계는 갈아엎어야 하는 개혁의 대상이며 그 정책적 방향은 체육 권력을 대변하는 대한체육회의 힘을 빼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나올 건 다 나왔다. 혁신위의 이름으로 내놓을 최종 결론은 과연 무엇일까. 혁신위가 온갖 설레발을 다 친 뒤 마지막 내놓을 권고안은 KOC(대한올림픽위원회)의 분리안 일 게다. 미리 내질렀다가 슬쩍 패를 바꿔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텐데…. 천만의 말씀이다. KOC 분리가 최종 목표일 정도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이들이 체육개혁을 이끌고 있는 만큼 그 속내가 드러났다고 해서 카드를 철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다.

따지고 보면 체육단체 통합이후 쏟아져 나온 체육정책들은 저마다 분리된 개별정책이 아니라 정교하고 치밀하게 연결된 정책이라고 보는 게 맞다. KOC 분리안은 대한체육회의 힘을 빼는 ‘피니시 블로(finish blow)’로는 그만이다. KOC 분리는 체육 전체지형과 별 상관도 없고 어떻게 보면 동력을 상실한 대한체육회의 문제로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단체와 지방체육과의 연계 고리를 끊을 수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KOC 분리와 통합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체육환경과 지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다. 모든 나라가 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왜 그렇다면 개혁의 이름으로 KOC의 분리안이 나오고 있는 걸까. 체육개혁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 세력은 체육을 권력투쟁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체육의 새 패러다임은 새로운 체육권력이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에 사로잡힌 이들은 대한체육회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그 힘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OC 분리는 체육권력 획득이라는 전략에 부합하는 전술에 다름 아니다. 물론 원죄는 대한체육회에 있다. 문제가 터지면 단호하게 대처하기 보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소극적으로 개혁에 나섰던 과거의 아픈 기억이 체육회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체육 생태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체육 거버넌스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 체육의 역사와 환경을 종합해보면서 한 가지 아아디어를 제안하고 싶다. 한국 체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끊임없는 책임 전가의 구조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로 체육 행정이 분리돼 있고 이들 두 곳의 중앙부처가 대한체육회에 행정의 위·수탁 관계를 맺으면서 한국 체육은 엄밀하게 따지면 행정의 3원화로 이뤄져 있는 구조다. 문제가 생기면 중앙부처는 대한체육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체육회 역시 ‘갑’의 지시로 마지못해 사태 수습에 나서 뼈 아픈 반성이 수반되는 책임감과는 늘 거리가 멀었다. 필자는 이 참에 체육행정의 위·수탁관계를 청산하고 책임성있는 기구의 출범을 제안하고 싶다. 바로 문체부와 교육부에서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곳과 대한체육회 등 3개의 기구를 통·폐합해 체육부나 체육청을 만드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남은 대한체육회를 KOC로 바꾸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

KOC 분리보다 더 급한 건 체육행정의 통합이다. 책임전가가 되풀이는 한국 체육의 구조적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해결책은 KOC의 분리보다 체육행정을 일원화하는 체육청이나 체육부의 신설에 있다. 그게 체육개혁의 본질에 훨씬 더 가깝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