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해도 온몸이 채워지는 듯 든든한 외양을 자랑하는 수하동 곰탕.

[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식객촌에 입성한 전통 곰탕의 맛, 수하동(秀河東)

이럴수가. 어디선가 본듯 낯익은 곰탕이다. 고급 양지를 써 깊은 맛을 우려낸 국물, 놋그릇에 담긴 그 정성어린 곰탕 한 그릇. 하동관에서 맛본 곰탕과 무척 닮아있다. 서울 종로 식객촌(食客村) 두번째 탐방은 바로 수하동 곰탕이다.

수하동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60년 넘은 곰탕집 하동관과 맥을 같이하는 집이다. 가족이라는데 남의 집안 가정사야 어찌됐건 수하동은 따로 간판을 내걸었다. 곰탕 맛이 궁금해서 식객촌을 찾았다. 식객 만화책에는 수하동 사장이 직접 등장한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선불로 식권과 날계란을 파는 테이블이다. 하동관과 이름만 다르고 시스템부터 식기류까지 모두 비슷하다.

‘특’을 주문했다. 참고로 곰탕집이나 설렁탕집에선 무조건 특곰탕을 주문해야 제대로 된 국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고집이다. 놋그릇에 담긴 곰탕은 근사한 모양새를 뽐낸다. 얼핏 봐도 고급 한우 양지수육이 잔뜩 들어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는 내포도 큼직하니 얹혀있다.

건데기가 많아 별 찬도 없이 국밥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하다. 원래 국밥이란 게 그런 것이고 그 중에서 곰탕이란 더욱 진한 국물 맛을 품은 것이니 따로 찬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아삭이는 대파와 새빨갛게 익은 깍두기면 충분하다.

수하동 곰탕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리 토렴을 해 밥을 말아 내온다. 흥건한 국물 속 밥이 깔려있다. 먼저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국물만 한술 떠서 맛봤다. 시원하면서도 듬직한 국물 맛. 아직 소금을 넣지 않았지만 워낙 진한 고깃국물은 그리 맹맹하지 않은 첫인상을 남긴다. 후추만 살짝 뿌려 먹어도 좋을 듯하다.

푸짐한 건더기와 진한 국물이 조화를 이루는 수하동의 곰탕.

여기다 날계란을 깨서 휘휘 저어 풀었다. 날계란을 넣어 먹는 것은 이집의 곰탕을 ‘제대로 먹는 법’으로 굳어질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맑은 국물이 뽀얗게 변했다. 다시 수저를 들어 맛을 봤다. 깔끔한 맛은 덜하지만 한결 고소하다. 필자는 날계란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막상 이렇게 먹어보니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국에 계란을 넣어 영양을 보강하는 것은 예로부터 선조들이 곰탕이란 음식을 보양식으로 여겨왔음을 방증하는 식문화다.

다시 소금과 파를 넣고 본격적으로 곰탕을 퍼 먹었다. 미리 토렴한 밥알이 알알이 흩어지며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 들어간다.

뜨겁고 진 밥이 아니라 적당히 식힌 밥을 뜨거운 국물에 여러번 토렴을 해서 먹는 곰탕이 훨씬 맛있다. 밥알에 국물이 배어들어 부드러운 맛을 유지한다. 과유불급이며 중용이라, 너무 뜨겁고 차가운 음식을 기피했던 우리 식문화(국밥 문화)에서 가장 훌륭한 발견이 토렴(退染)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토렴해 말아놓은 곰탕 한술에 깍두기 하나. 별것 아닌 구성이지만 군침을 돌게만드는 수하동 곰탕의 저력.

큼지막한 깍두기도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좋다. ‘깍국’이라 해서 깍두기 국물을 부어먹는 이들도 꽤 있다는데 필자는 그냥 깍두기만 밥술에 올려 함께 먹는 편이 더 낫다.

<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수하동(秀河東)=식객촌(대표 서대경·손규현)은 식객의 저자 허영만 화백이 작품을 위해 엄선한 전국의 내로라하는 맛집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지난달 옛 피맛골에 문을 연 식객촌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 종각역 인근 ‘GS그랑서울’ 지하 1층과 지상 1, 2층에 자리했다. 곰탕(1만원), 특곰탕(2만원), 일오탕(1만5000원), 이공탕(2만원). 날계란(300원) www.sikgaekchon.com.(02)2158-79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