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101010008371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기업 경영에서 마케팅(Marketing)의 위상과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마케팅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이뤄지는 모든 활동이라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게다. 마케팅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가 왜 사야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해시키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성의 콘텐츠인 스포츠가 현대 자본주의에서 ‘마케팅의 총아’로 떠오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포츠와 마케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고 이를 구매력으로 연결시키는 고도의 작업은 감성을 지닌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스포츠마케팅은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며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그런 분야다.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보다는 맥을 찌르고 흐름을 꿰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이 펼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은 눈여겨볼 만하다. 스타플레이어와 자본이 결합한 주류 스포츠마케팅과는 달리 가치와 의미가 살아있는 신선한 발상으로 가성비 높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2)농협은행3대3농구대회
NH농협은행 이대훈 행장이 지난달 서울 프레스센터 광장에서 열린 3대 3 길거리농구대회에서 공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테니스팀과 정구팀을 모태로 지난 2017년 스포츠단을 만들었고 3년째 꼼꼼한 기획력이 뒷받침된 스포츠마케팅을 펼쳐 회사 안팎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조화(Harmony), 확장(Expansion), 쇄신(Renovation)이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의 세 가지 마케팅 전략이다. ‘그녀(Her)’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세 가지 전략에 숨어있는 가치와 의미는 자본과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한 다른 기업의 천편일률적인 스포츠마케팅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스타플레이어와 자본이 결합한 마케팅은 당장의 각인효과는 뛰어나겠지만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지속가능한 마케팅과는 품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연간 7억원 안팎의 예산을 쓰는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의 스포츠마케팅 가성비가 놀랍기 그지없는 이유다.

NH농협은행의 ‘작은 마케팅’이 가성비높은 결과를 창출하는 이유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참여형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테니스 감독 출신인 박용국(54) 단장의 전문성이 크게 작용했다. 박 단장은 3년 전 단행된 엘리트체육과 생애체육의 통합을 한국 체육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판단하고 두 분야의 균형잡힌 사업배정과 육성에 신경을 썼다. 엘리트체육과 생애체육이 함께 상생하는 조화로운 체육생태계 구축은 도전적인 기업 이미지를 제고했고 그동안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NH농협은행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게 하는 데 큰 효과를 냈다.

스포츠를 통한 기업의 외연확장도 도드라졌다. 젊은층에 어필하는 세련된 이미지의 라켓스포츠인 테니스, 배드민턴, 정구 대회 개최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의 NH농협은행의 색깔을 젊게 하는 결정적 도움을 줬다. 특히 지난달 서울 프레스센터 광장에서 열린 3대 3 길거리 농구대회는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해 NH농협은행의 외연확장과 이미지 변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가 지닌 역동성과 여기에 열광하는 젊은층을 끌어들여 농촌풍의 그리고 올드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큰 효과를 본 NH농협은행은 조직의 내부 결속력 향상이라는 또 다른 시너지 효과도 누리고 있다. 사람을 묶어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스포츠의 마력을 익히 체험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만사를 제쳐두고 스포츠행사에 참여하면서 조직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스포츠를 통한 조직 응집력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기업 이미지 쇄신, 대외홍보, 더 나아가 탄탄한 조직문화 배양 등 스포츠를 통한 ‘나비효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이 행장은 이례적으로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스포츠단의 ‘작은 마케팅’이 불러온 ‘큰 수확’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난 36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순익으로 스포츠마케팅의 공로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을 빼앗고 훔치는 걸 드러내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마케팅의 성공 열쇠다. 그 구실은 아무래도 스포츠가 제격인 듯 싶은데 NH농협은행은 그걸 최소의 비용으로 정교하게 그리고 잘 해냈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