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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김판곤(50)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겸 부회장은 지난 5~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선수단장으로 참가했다. 정정용호의 성공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U-20 월드컵 격려금 전달식 행사 후 만난 김 위원장은 “감독의 리더십, 선수들의 기량과 정신력, 스태프들의 헌신, 그리고 협회가 공들인 골든에이지 프로젝트, 전임지도자 시스템, 초중고리그 등 시스템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하나의 힘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모여 만든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팀의 성공을 이끈 정정용 감독에 대해 “선수 시절 유명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성공했다. 프로팀에 가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 원하는 팀이 있고 정 감독도 원한다면 보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령대 대표팀 성공, 선순환 효과 기대”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연령대 대표팀은 의미 있는 성과를 연이어 올리고 있다.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최근 U-20 월드컵 준우승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현재 대거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미루어볼 때 U-20 선수들도 추후 U-23, A대표팀에 발탁될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이상적인 구조라고 본다. 선순환 효과를 기대한다. 연령대 대표팀이 계속 성공해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 쓸 자원이 많아진다. 김학범 감독과 A대표팀 코치 두 명이 폴란드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일부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더라. 연결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정용 감독, 프로 가도 잘할 것…원하면 보내야”

정 감독과 김 위원장은 공통점이 있다. 축구계의 비주류라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한국에서는 비스타 출신이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 기회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들은 실력으로 편견을 이겨냈다. 김 위원장은 홍콩의 히딩크라 불리며 유명세를 탔고 정 감독도 ‘국민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스타 출신 지도자가 갖는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라며 운을 뗀 후 “하지만 기회를 잡은 후에는 정글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스타였든 무명이었든 감독이 되면 결과 싸움이다. 정 감독은 착실하게 노력하고 실력을 쌓아 결과를 냈다. 비주류가 갖는 편견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칭찬했다. 김 위원장은 정 감독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면 축하하며 보내주겠다고 했다. “선수처럼 감독도 더 큰 무대로 가야 한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만약 정 감독이 프로팀에 간다고 하면 개인적으로 축하하고 응원하며 보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잘할 것이라 믿는다.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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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특징 사라진 선수들, 이강인 특별하다”

기술 파트를 총괄하는 김 위원장에게 월드컵에서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사실 나도 강인이가 뛰는 모습을 인터넷으로만 봤다. 자세히 몰랐는데 대회를 통해 정말 좋은 선수라는 것을 확인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 비슷해졌다. 특징 없이 똑같이 뛰는 경향이 생겼다. 강인이는 다르다. 생각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센스가 탁월하다. 템포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무르며 동료들을 활용한다”라며 극찬했다. 아쉬움도 있다. 이강인은 사실상 스페인 축구를 습득한 선수다. 국내에선 확실히 나오기 어려운 유형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우리도 강인이 같은 선수를 키워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어린 선수들의 창의력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내 유소년 축구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만큼 몇 년 안에 ‘제2의 이강인’이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만족 못해, 할 일 더 많다”

김 위원장은 연령대, A대표팀을 총괄하지만 뿌리가 되는 유소년 파트까지 관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협회에서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골든에이지 프로젝트를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골든에이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했다. 지금은 협회가 14세부터 관리하는데 진짜 골든에이지는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하는 9~12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령대를 더 낮춰 유망주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그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대회도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 시스템도 더 촘촘하게 만들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도자 1~2명의 의견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전임 지도자들이 나서는 구조로 변할 것이다.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능 있는 선수를 선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임지도자 교육도 더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 협회는 지도자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최대 임무는 A대표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온도 차는 있다.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은 엇갈린다. 올바른 철학을 세워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고집이 세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김 위원장도 분위기를 잘 안다. 그는 “대표팀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벤투 감독과는 철저하게 소통하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 후에도 피드백을 확실하게 했다. 더 이상의 실수는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이 처음에는 다소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협회의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를 듣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만큼 협회도 최대한 지원하며 지켜줄 것이다. 매번 월드컵 예선을 이끌었던 감독이 본선에 가지 못했던 악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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