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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LG전자 건조기만의 차별화된 편의기능인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결함 문제로 세탁물의 악취 등을 유발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LG전자 내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시중에 판매되는 건조기 전 제품에 대해 일시 출고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은 건조할 때마다 3개의 물살(응축수)로 콘덴서를 자동으로 씻어주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LG전자는 자사만이 가진 이 기능이 타사 제품 대비 편리하고, 소비자가 직접 날카로운 콘덴서 부분을 직접 청소할 필요가 없어 안전성도 좋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이 기능이 먼지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콘덴서에 쌓이고, 다시 내부 응축수를 만나 콘덴서 안에 찌든때처럼 눌러붙어 곰팡이와 같은 악취를 유발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편의를 주고자 탑재한 기능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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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1000여명 이상…관련 인증 영상으로 문제제기
LG전자 건조기를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1000여명에 이른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은 별도의 네이버 밴드를 결성해 해당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설된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는 현재까지 가입자만 1012명에 이른다. 콘덴서 문제를 입증할 인증 사진 및 영상은 무려 125건에 이른다.
밴드를 처음 개설한 강씨는 “8개월전에 건조기를 샀는데 건조기 자동 콘덴서 세척하는 버튼의 불이 잘 안들어오고 냄새가 나서 AS불러 수리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빨래감에서 곰팡이 같은 퀴퀴한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면서 “세탁기 밑에 물 빼내고 배수구, 건조기 문을 다 여는 등 바짝 마른 상태에서 빨래를 돌렸는데도 냄새가 나는 것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필터에 낀 먼지까지 모두 제거했는데도 여전히 냄새가 가시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자동콘덴서 내부를 핸드폰을 이용해 촬영했고, 그 결과 내부 콘덴서 부분이 먼지 찌꺼기로 눌러붙어 지저분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강씨는 “제대로 자동세척이 됐다면 먼지가 저런 식으로 쌓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카페와 블로그에 관련 문제를 지적하자 이러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밴드를 만들게 됐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콘덴서 상태를 확인해 청소를 하고 싶어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분해비 5만5000원(진열설치 시 6만원), 출장비 1만8000원의 비용청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구매자 김씨도 “계속 세탁물에서 냄새가 진동해 카페에 게시글을 올리려는데 비슷한 문제를 겪는 피해자가 많을 걸 알았다. 콘덴서를 촬영해서 확인해보니 저렇게 더러운 상태인 걸 보고 경악했다. 자동청소기능 때문에 구매했는데 이게 문제가 돼서 속상하다. 통돌이 세탁기 때도 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여전히 LG전자는 소비자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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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먼지 문제 성능저하와 관련없어”…일시 출고보류 조치내리기도
LG전자 측은 소비자의 관리부실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콘덴서에 낀 먼지가 건조기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에 먼지가 보인다는 자체가 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례는 먼지가 많이 나오는 옷감들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건조하는 등 극히 일부 사례에서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경우로 확인되고 있다. 콘덴서에 먼지가 보이는 것이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불편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건조기를 돌리게 되면 건조통 내부에 따뜻한 수증기가 만들어지고, 이 수증기가 내부 콘덴서 부품을 통과하게 되며 그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콘덴서는 수증기를 물방울로 바꿔주는 압축기능을 하는데 이 수증기에서 묻어있던 먼지가 컨덴서에 붙으면 공기순환을 방해해 건조효율을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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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LG전자는 피해를 주장하는 일부 소비자에 한해 무상 AS를 진행하고 있다. 건조기 문제 인증샷과 냄새 문제를 운운하면 무상으로 대부분 수리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 보증 기간은 1년이다. 문제는 2017년 초창기에 나온 모델인 9kg대 제품에 대한 무상 AS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밴드 개설자 강씨는 “카페와 밴드에도 9kg대 제품에 문제를 겪는 피해자가 절반 이상이다. 이 제품은 문제 규명도 어려울 뿐 아니라 무상 보증기간도 지나 유상서비스를 해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내부적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실제로 한 매체에서 첫 보도가 나간 4일 오후 8시경부터 LG베스트샵 직영점에 한해 출고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물량이 모두 동이나 생산이 중단됐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LG베스트샵 관계자는 “전날 저녁시점부터 건조기 제품에 한해 출하보류 조치가 내려졌다”면서 “출하 정지가 언제 풀리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구매해도 언제 받을 수 있다고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자동세척 기능 한계 드러난 사례…냄새 뿐 아니라 전력소모 등 문제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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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문제는 소비자 관리부실이 아닌 자동세척 기능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LG전자 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다른 건조기 제품들도 먼지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콘덴서 관리가 중요한데 단순히 세척을 잘 못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건조기 내부 필터에서 100% 먼지가 걸러지지 않고, 일부 걸러지지 않은 먼지들이 공기 순환 과정에서 콘덴서(열교환기)에 달라붙어 알레르기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만 LG제품은 콘덴서 내부 청소를 소비자가 직접 꺼내서 할 수 없고 응축수로 하기 때문에 옷감에서 전달된 먼지들이 물과 섞여 눌러붙고 냄새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동세척기능이 가진 기본적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며 “국내에서는 LG제품만 자동세척 방식인데 열교환기를 응축수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열교환기가 젖어있는 타이밍에 먼지가 많이 붙어버리면 문제가 생긴다. 외산 가전업체들도 자동세척 방식을 도입했다가 이러한 문제 여지를 감안해 기능을 빼기도 했다. 자동세척이 되는 업체들도 소비자가 직접 세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는데 LG전자는 수리기사가 와야지만이 직접 뜯어서 (열교환기) 세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누수의 가능성, 복잡한 설계로 인한 재료비 상승 등을 우려로 소비자가 직접 콘덴서를 열도록 하는 장치를 따로 마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콘덴서(열교환기)에 먼지가 많이 붙어있다고 건조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조시간이 걸어지거나 소비전력량 증가 등 효율이 떨어진다. 옷감에 곰팡이 냄새 등 문제가 나타나는 현상 등은 소비자가 보다 빨리 문제를 체감할 수 있어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밴드 개설자 강씨를 비롯해 LG전자 자동 콘덴서 기능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향후 문제 입증 증거들을 모아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피해자 강씨는 “회사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원하고 리콜이나 교환·환불까지는 아니더라도 향후 AS 기간을 늘려주는 조치를 취한다면 단체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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