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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을 놓고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과 사무총장의 말이 엇갈렸다.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함께 발 맞춰나가도 모자랄 시점에 발생한 수뇌부의 파열음은 오히려 선수협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선수협은 18일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이 제안했던 ‘FA 계약 80억원 상한제’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80억원 상한제가 가장 이슈인 만큼 전면에 노출됐지만 FA 취득기간 축소, 보상 제도 완화, 최저연봉 개선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선수협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KBO와 10개 구단이 FA 자격 취득기간을 축소하고 최저연봉을 인상하는 등 선수협의 개선안을 받아들인다면 제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80억원 상한제’를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조건부 수용’이다. KBO도 선수협의 의견에 환영의 뜻을 비추며 올스타전 이후 10개 구단 단장들과 자리를 마련해 선수협의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답보상태에 놓여있던 FA 제도 개선이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조건부 수용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상황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회장은 1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이 원하는 건 ‘보상규정 폐지’ 딱 하나”라며 “80억원 상한제 수용에 대해서는 선수 간에 공감대만 형성된 것일 뿐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 KBO나 구단과 만난 적도 없고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80억원 상한제를 수용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얘기다. 또한 이 회장은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FA 취득기간 축소, 최저연봉 개선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된 바가 없다고 했다. 양 측의 말이 완벽하게 엇갈린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선수협의 의견에 KBO와 구단의 피드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문제가 확산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아무래도 FA 계약시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이 보상제도다보니 거기에 집중해서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며칠전 10개 구단 선수 대표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협상 방향을 정하고도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FA 제도 개선은 KBO리그를 관통하는 큰 이슈다.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기도 전에 선수협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협 내부 소통 문제가 거듭 불거지면서 선수와 집행부 간의 신뢰가 깨졌다는 말도 들린다. 언론을 통해 각자의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니다. 지금 선수협에 가장 필요한 건 ‘소통’과 ‘대화’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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