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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019 VNL 미국과의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FIVB

[진천=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대한민국 남녀 배구 대표팀이 2020도쿄올림픽 본선행을 위한 첫 관문을 앞두고 힘찬 출발을 알렸다. 남녀 대표팀은 다음달 나란히 2020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에 출격한다. 먼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이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예선전을 소화하고 이어서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이 9일부터 11일까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예선전을 치른다. 두 대표팀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세계랭킹 9위인 여자 대표팀은 러시아만 잘 넘는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세계랭킹 24위의 남자 대표팀은 강호들과의 맞대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0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을 대비한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남녀 배구 대표팀이 18일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예선전에 대한 각오와 올림픽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라바리니호, 이번엔 메달 한번 따보자

여자 대표팀은 예선 E조에 속해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고 싸운다. 각 팀별로 한 차례씩 맞대결을 통해 조 1위가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객관적인 전력상 러시아와 한국이 유력한 본선행 후보로 꼽힌다. 예선 마지막날 열리는 러시아전이 올림픽 본선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4주차 1차전에서 러시아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다. 그러나 경기 직후 라바리니 감독이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로 내용 면에서는 대등했다는 평이다.

라바리니 감독과 주장 김연경은 안방에서 예선을 펼치는 러시아가 전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러시아와 VNL에서 한 번 맞대결을 했다. 이번에는 또 다를 것이다. 최근에 경기를 했다고 해서 전력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새롭게 도전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연경도 “러시아는 워낙 강한 팀이다. 엔트리를 봤는데 VNL과는 조금 달랐다. 베테랑 선수들이 합류했다. 전력이 더 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구계는 여자 대표팀이 3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은 물론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동메달) 이후 44년 만에 메달을 획득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선수들도 메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양효진은 “출전하게 된다면 내게는 3번째 올림픽이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어떻게든 메달 하나 걸고 오고 싶다”고 솔직한 바람을 밝혔다. 김연경도 조심스럽게 올림픽 메달에 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이 배구선수로서 목표이자 꿈이다. 먼 일인 것 같지만 항상 목표와 꿈은 올림픽 메달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헌호,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남자 대표팀에는 예선부터 한경기 한경기가 가시밭길이다. 예선 B조에 속한 한국은 미국(2위), 벨기에(12위), 네덜란드(15위) 등 한 수위의 국가들과 단 1장 뿐인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고 싸운다. 상대 팀의 눈에 한국은 1승의 제물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내년 1월 열리는 대륙별예선을 통해 도쿄행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 예선을 1주일 앞두고 시차적응과 감각 유지를 위해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와 친선경기를 포함한 전지훈련을 1주일간 계획하고 있지만 남자 대표팀은 예선전 첫 경기 이틀전에야 대회 장소인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남자 대표팀 선수들도 본선 직행 가능성이 높은 여자 대표팀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런 시선들이 자극제가 되고 있다. 주장 신영석은 “솔직히 남자 배구가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독이 오른다”고 말했다. 임도헌 감독은 “우리보다 강한 팀들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라는 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 감독은 아시아 배구가 유럽에 우위를 점했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면서 당시 장점을 대표팀에 접목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옛날로 돌아가려고 한다. 예전엔 유럽 선수들이 수비도 안하고 우리가 스피드도 빨랐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면에서 유럽이 앞선다. 힘으로 하면 결국 우리가 안된다. 서브를 때리더라도 얼마나 목적성 있게 잘 넣느냐, 수비도 얼마나 이단 공격 성공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년만에 올림픽 본선행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표팀 최선참인 세터 한선수는 “올림픽은 선수로서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다. 이번엔 친구인 박철우와 올림픽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후배들을 데리고 꼭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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