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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의 신화를 쓴 이진희 대표는 남들이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하던 사업에 도전해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 4500억원을 기록했다. 제공 | 자이글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죽을 각오로 임하십시오. 사업은 어떤 일보다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남들 만큼 누리면서 남들보다 성공하길 바라면 안 됩니다. 내가 노력할 수 있는 100%의 최선을 다하고 그보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간다는 악착같은 근성을 가지십시오.”

이진희(48) 자이글 대표는 28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15년간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갖게 된 신념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적외선 전기 그릴 자이글로 국내 중소기업의 신화를 쓴 이 대표는 남들이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하던 사업에 도전해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 450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제품 기술력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비전이 확고했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외식업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회사를 그만 두고 나와 도전한 첫 사업은 캐주얼 차이니즈 프랜차이즈 ‘부민푸드’였다. 그는 중화요리 소스와 냉동면류를 개발해 주방장이 필요 없는 중식 레스토랑을 기획했다. 자이글 개발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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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글은 회사 설립 첫 해 매출 4억원을 찍더니 다음해 8억원, 그 다음 해 10억원, 또 다음해 22억원을 기록하고 2014년 647억원을 달성했다. 제공 | 자이글

“외식업은 자신 있었죠. 당시 창업자들이 치킨집이나 고깃집을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고기를 구울 때 냄새가 나지 않고 기름이 튀지 않고 연기가 나지 않는 조리기를 만들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엔 고기 프랜차이즈에 납품할 계획으로 개발했지만 누구나 편하고 원활하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정용 자이글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3명의 직원과 함께 4년간 제품 연구에 몰두했다.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이전 사업에서 벌었던 37억원을 다 까먹고 오히려 빚이 24억원 쌓였다. 제품 개발비를 빌리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갖고 은행을 찾았지만 퇴짜를 맞기도 했다.

2009년 10월 드디어 자이글 그릴이 탄생했지만 당장 팔리진 않았다. 자이글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들이 없었다. 하루 한 대도 못 파는 날도 허다했다. 그는 모임이 있는 곳마다 자이글을 들고 찾아다니며 고기를 구워주었다. 그렇게 한 대씩 팔았다. 어떤 날은 김밥 한 줄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물류창고에 쌓아놓은 제품이 몽땅 물에 잠겨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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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3명의 직원과 함께 4년간 제품 개발에 몰두해 자이글 그릴을 개발했다. 제공 | 자이글

“소비자들에 냄새, 연기, 기름 튐이 없다고 설명해도 안 믿었어요. 당시 일본 브랜드 생선구이 기계가 유행했는데 뚜껑을 덮으면 기름이 안 튀지만 열면 냄새와 기름이 다 튀었어요. 이런 단점을 보완한 기계를 만들었다고 아무리 외쳐도 고객들이 믿지 않더라고요.”

이 대표는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시연을 하고 전시회에 나가 알렸다. 그러다 홈쇼핑을 만나며 대박이 났다. 그는 홈쇼핑에 첫 론칭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자이글의 우수성이 TV 전파를 타고 대한민국 방방곡곡 주부들에 알려지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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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글은 이제 단순한 주방용 가전 제품업체가 아닌 휴먼 웰빙 기업을 표방한다. 제공 | 자이글

자이글은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 첫 해 매출 4억원을 찍더니 다음해 8억원, 그 다음 해 10억원, 또 다음해 22억원을 기록하고 2014년 647억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6년 만인 2015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에는 코스닥에 상장, 올해까지 3년 연속 ‘우량기업부’로 지정됐다.

자이글은 이제 단순한 주방용 가전 제품업체가 아닌 휴먼 웰빙 기업을 표방한다. 자이글 뿐만 아니라 롤링쿡스, 서큘레이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출시했으며 올해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산소’를 콘셉트로 한 ZWC 브랜드를 론칭, 뷰티헬스케어 사업에도 나섰다.

올해 초 출시한 ZWC 오투마스크는 피부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뷰티기기다. 산소 발생기에 연결된 호스를 마스크 아래에 끼우면 산소가 마스크를 통해 공급된다. 머리 거치대가 있어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아도 고정돼 편리하며, 호스 대신 헤드셋을 착용할 경우 코를 통해 집중적으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제품은 대한피부과학회연구소가 실시한 임상에서 피부톤, 주름, 속기미, 탄력, 수분 장벽 등 45가지 항목 시험을 완료했다. 오는 9월에는 산소 바디 마스크도 론칭할 계획이다.

“주방 생활 가전용품 회사가 뷰티헬스케어 마스크를 개발했다니 의아해 하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보면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 일맥상통합니다. 홈쇼핑 채널의 주요 시청층은 여성, 주부입니다. 그들의 소비 패턴에 대해 스터디 했죠. 또한 저희 제품은 웰빙, 친환경을 추구합니다. 산소를 태우지 않는 자이글, 산소를 공급하는 뷰티 디바이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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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올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산소’를 콘셉트로 한 ZWC 브랜드를 론칭, 뷰티헬스케어 사업에도 나섰다. 제공 | 자이글

이 대표는 우선 기존 주방 가전용품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뷰티헬스케어 분야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산소 발생기가 탑재된 산소공기청정기도 개발해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중국, 동남아, 유럽의 전시회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철학은 ‘역발상’이다. 그릴은 하부 열로 굽는다는 인식을 자이글을 통해 상부 열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바꾸었고, 구이는 무조건 연기와 냄새가 난다는 편견마저 바꿔 놨다”며 “역발상을 사업 부문에도 적용해 오는 2021년까지 뷰티헬스케어 사업의 비중을 35%까지 확대하고, 2029년에는 40%까지 늘려 2029년에는 총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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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실용주의자다. 외형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 회사의 규모에 비해 로비가 좁은 것이 그 방증이다. 제공 | 자이글

이진희 대표는 실용주의자다. 외형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 회사의 규모에 비해 로비가 좁은 것이 그 방증이다. 쓸데없는 공간은 없애고 꼭 필요한 공간만 사용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기는 그 흔한 골프도 아직 배우지 않았다. 그는 골프를 치러 다닐 시간에 책을 읽는다. 그동안 제품 아이디어들도 모두 독서를 통해 얻었다. 그가 생각하는 직원에 대한 가장 큰 복지는 남들보다 높은 월급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개발(R&D) 기업은 대표가 직원들의 10배, 100배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며 “패기를 가진 젊은 친구들과 책임감이 강한 연세 드신 분들이 모여 신구의 조화가 이뤄지는 회사, 능동적인 회사, 정년없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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