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연재 인터뷰
체조 스타 손연재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리프 스튜디오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선수 시절 내가 힘들었던 게 반복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5)는 지난 2017년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겸 기획자의 삶을 선택했다. 리듬체조 불모지로 여긴 한국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그의 행보는 여러 유망주에게 한줄의 빛과 같았다. 그러나 손연재가 떠난 한국 리듬체조는 휘청거리고 있다. 여전히 인프라와 저변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손연재가 떠난 뒤엔 시장성까지 약해져 리듬체조 각종 대회 스폰 유치도 마땅치 않다.

그런 가운데 손연재가 ‘유망주 마스터’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짐네스틱스 프로젝트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첫 대회를 성공리에 마쳤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리듬체조 꿈나무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사흘간 인천 남동체육관 등에서 ‘리프 챌린지컵’으로 2회 대회를 연다. 그는 “지난해 만 6세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개국 주니어 선수가 참가했는데 올해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면서 지난해 대회 유치에 필요한 후원금 등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손연재가 사비로 충당하면서 초대 대회를 마쳤다. 올해 역시 손연재가 직접 발로 뛰면서 후원사를 찾고 있다. 그가 이토록 이 대회에 목을 매는 건 자신이 밟아온 가시밭길을 후배들이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손연재
손연재가 지난 2014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코리아컵 2014 인천 국제체조대회’에서 곤봉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인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손연재

손연재는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주니어 선수에 대한 케어가 없다. 러시아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시니어로 성장한다”며 “우리의 경우 재능 있는 선수들은 체육관에서 훈련만하다가 갑자기 시니어가 되고 큰 대회에 출전한다. 주변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만 너무 긴장해서 실력을 발휘를 못한다. 3~4년은 지나야 적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경험할 국내 무대는 전국체육대회 등에 국한됐는데 국제 수준의 분위기를 느끼는 대회를 유치해서 경험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러시아 주요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챔피언에게 영재 교육을 받은 뒤 투어 대회를 다닌다. 손연재는 국내 리듬체조 선구자답게 선수 시절 친분을 쌓은 해외 체조인과 심판들을 대회에 초청하고 있다. 올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의 출전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과 호주 등 리듬체조 인구가 급성장하는 일부 나라 역시 출전을 타진하고 있다. 리프 챌린지컵 첫날엔 주니어 선수 실전 경험을 위한 경기가 펼쳐지고 둘째날엔 갈라쇼가 열린다. 마지막 날엔 마스터 클래스로 인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손연재가 유망주들과 만나 원포인트레슨을 한다.

손연재는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키즈 리듬체조 교실인 ‘리프 스튜디오’를 오픈해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 지망자부터 취미로 리듬체조를 배우려는 학생으로 가득하다. 그는 “재능있는 아이들이 참 많다. 예전엔 동양 선수가 유럽 선수보다 팔과 다리 등 신체 조건에서 불리하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며 “표현력도 이젠 동양 선수가 더 뛰어난 편이다. 다만 훈련 장소 등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등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최고의 선수가 되는지 확신을 품은 게 있다. 그러한 부분을 나만 아는 게 아니라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이른 나이에 익힌다면 더 빠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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