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옷전
허미정이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년차 베테랑의 관록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페어웨이 적중률에서 특히 빛났다.

베테랑 허미정(30·대방건설)이 5년 만에 LPGA투어 우승 컵을 따냈다. 허미정은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에 위치한 르네상스 클럽(파71·642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아베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바꿔 5언더파 66타를 쳤다. 1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4타 차 짜릿한 역전승으로 5년 만의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폭우와 강풍으로 그린 위에 물이 고이는 등 최악의 조건 속에 최종라운드를 치렀지만 “스트레스 없이 내 플레이를 즐기겠다”던 다짐을 실현했다. 아이언 정확도와 섬세한 퍼팅이 강점인 허미정은 궂은 날씨에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플레이 내내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만큼 샷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우승 경쟁에 나선 팀 동료 이정은6(23), 태국의 모리야 쭈타누깐과 엎치락 뒤치락하는 라운드를 했지만 전반 9번홀(파3)부터 후반 세 번째 홀인 12번홀(파5)까지 4연속 버디 행진을 이어가며 기세를 올렸다.

허미정도 “9번 홀에서 첫 버디한 뒤 백나인(후반 9홀) 시작 후 첫 세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자신감이 생겼다. 그립과 볼, 지면, 손 등이 최대한 젖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정확하게 치는데 집중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캐디가 큰 도움을 줬다”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그는 “솔직히 링크스 코스를 별로 안좋아했다. 그런데 우승을 했으니 앞으로는 링크스 코스가 좋아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드라이버
허미정이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지표성적을 보면 허미정이 정확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폭우와 강풍 속에서도 13차례 드라이버 티 샷을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55야드로 260야드 후반대를 너끈히 치던 초반 라운드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평소보다 힘을 빼고 정확한 볼 스트라이킹에 집중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이정은과 쭈타누깐이 티 샷 컨트롤에 애를 먹어 세컨드 샷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허미정은 18차례 그린 공략 가운데 15번 성공(그린적중률 83.3%)했다. 코스 상태가 안좋거나 궂은 날씨에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는 속설을 증명한 셈이다.

무리하게 핀을 공략하기보다 볼을 떨어뜨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맞추려고 노력한 덕분에 고무래로 물기를 걷어내기까지 한 그린에서 28개 퍼트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특히 3타 차 여유있게 앞선 18번홀에서는 세컨드 샷으로 핀을 직접 공략하는 대범함으로 1m 남짓 우승 버디 퍼트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지난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따낸 뒤 5년 뒤인 2014년 9월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허미정은 또다시 5년 만에 감격의 3승째를 따냈다. 올해는 지난해 결혼한 남편의 축하를 받아 기쁨이 두 배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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